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원장이 고개를 떨궜다. 통진당 사태와 관련,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다.
강 비대위원장은 17일 오후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박 원내대표를 만나 최근의 통진당 사태와 관련한 향후 대책과 수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원내대표는 “통진당 문제에 대해 내부에서 얼마나 우려가 크시겠냐. 저희도 굉장히 염려스럽다”며 “강 비대위원장이 취임해서 좋은 방향으로 해결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저희가 이런 모습 보여 오히려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물밑으로 빠져들어가는 행보를 보여 죄송하다”며 “야권연대에 있어서도 우리가 민주당에 도움이 될지 실이될지 모르지만 꼭 잘 수습해 국민들 신뢰를 회복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프로그램에서 야권연대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야권연대의 전망이 현재로선 어두운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강 비대위원장이 ‘야권연대’가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것 같다는 표현 역시 박 원내대표의 불편한 심기를 미리 헤아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강 비대위원장은 당권파가 ‘당원비대위’를 만들겠다는 주장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비대위를 2개 만드는 것은 당을 쪼개겠다는 의미”라며 “지금까지 진보당이 분당하거나 두개로 만드는 것에 대해선 한마디도 나온 적이 없다”며 ‘분당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원내대표는 “진보당이 비례 선거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며 “위원장께서 강하게 혁신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문제는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국민이 염려하는 문제에 대해서 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예방은 약 20분 가량 동안 이어졌고 ‘열심히 하라’는 박 원내대표의 격려와 ‘많이 도와달라’는 강 비대위원장의 답례로 맺어졌다. 강 비대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한 당직자가 ‘차 한잔 하시라’는 제안이 있었으나, 강 비대위원장은 “차 얻어마실 자격이 없다”며 자리를 빠져나왔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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