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죽지 않았어
조국·공지영 등 메시지 리트윗
총선 수도권 野風 구심점 역할
대선 경쟁구도 명확하고 단순
SNS가 캐스팅보트 쥘 수도 있어
2008년 미국 대선은 SNS가 선거 결과를 바꾼 첫 선거로 기록된다. 선거 하루 전날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237만여명의 지지를 얻은 반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62만여명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한국의 싸이월드에 해당하는 마이스페이스에서도 오바마는 83만여명의 지지자를 확보하면서 매케인(22만여명)에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이 같은 격차는 결국 미국 대선의 결과를 바꿔놓았고, ‘SNS 선거운동’이라는 또 하나의 방식이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SNS의 대중 동원력은 지난해 아랍의 민주화를 가져온 ‘재스민혁명’과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에서도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선거와 이번 총선 가운데 수도권에서의 선거 결과가 SNS의 영향력이 간접 확인된 선거로 꼽힌다.
박원순 시장 트위터의 팔로워는 45만여명이다. 경쟁자였던 나경원 당시 후보의 팔로워 7만여명보다 6배 이상 많다.
팔로워가 많을수록 트위터상에서의 영향력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트위터상에서 박 시장의 경쟁력은 선거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현격한 우위를 보인 셈이다.
선거 당시 박 시장을 지지하는 트위터리안은 병역 논란에 대해선 박 시장의 반박내용을 리트윗(재전송)하고, 상대 후보에 대해선 각종 의혹을 재전송하면서 박 시장을 응원했다. ‘미니 대선’으로 불릴 만큼 큰 규모의 유권자(약 1000만명)가 참여한 선거에선 SNS가 확실한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총선도 수도권 112곳에서의 선거 결과에는 SNS의 영향력이 알게 모르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조국ㆍ공지영 등 파워트위터리안의 메시지는 팔로워에 의해 수백번 이상 리트윗되면서 온라인상에서 회자됐고, 이는 다시 온라인 기사로 재생산되면서 SNS가 야권 바람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19대 총선에선 파워트위터리안의 ‘투표율 70% 공약’이 회자되며 지난 18대 총선 투표율보다 8%포인트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112개 지역구 가운데 새누리당이 43곳만을 가져가게 된 것 역시 SNS가 일정부분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상도와 충청ㆍ강원이 모두 새누리 지역구로 빨갛게 물든 것과는 대비된다. 이는 곧 ‘박근혜 바람’이 수도권에서는 먹히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며, 총선 이후 새누리당에 남은 가장 큰 숙제가 됐다.
그렇다면 오는 12월 치러지는 대선에서 SNS는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전문가는 총선보다는 대선에서 진짜 SNS의 위력이 발휘될 것이라 전망했다. 지역별 이슈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총선과 달리 대선 경쟁은 몇 가지의 큰 이슈를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구도로 몇 달간에 걸쳐 치러진다. 이 때문에 쟁점이 명확하고, 인물 경쟁도 두세 명으로 압축되는 단순구도는 140자 길이의 단문메시지를 전하는 트위터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대선은 전 국민이 하나의 단일 이슈를 가지고 논의하기 때문에 SNS가 지지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인구 100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SNS는 박 시장의 지지를 결집시키는 효과가 컸다”고 분석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선은 246개 지역구로 갈라지는 것도 아니고, 딱 두 명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어젠다도 몇 개로 압축된다”며 “역대 대선에서의 표 차를 보더라도 2007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매번 박빙의 승부였기 때문에 SNS가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