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 외면한 민주공천
친이계 반발 산 새누리공천
탈락자간 합종연횡 가능성
기존 정치구도 깨뜨릴수도
‘공천내전(內戰)’은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에서부터 시작됐다. 민주당이 먼저 공천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공천을 둘러싼 비판은 현역의원들의 재공천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여기에다 민주당의 공천기준이 고무줄이어서 비난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런 비난을 의식해서였는지 민주당은 호남지역 공천에서 현역의원들을 대거 탈락시켰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탈락한 의원들의 상당수가 고위공직 경험이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아슬아슬하게 공천을 받은 김진표 의원에 대한 당내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즉, 김진표 의원의 정체성 문제를 들먹이며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당내 강성 분위기가 호남 의원들의 공천 탈락에 영향을 줬다는 말이다. 이들 역시 민주당 내에서는 온건 합리주의자들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민주당에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첫째로, 지나친 이념적 선명성 강조는 중도를 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선거의 상식에 역주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 둘째로는, 호남 민심의 이반을 가져올 공산이 커 총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이 고위직을 지낸 시절이 바로 호남 정권 때여서 호남 사람들은 지금의 민주당이 김대중 정부의 때를 벗겨내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남 민심이 민주당을 등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현상은 열린우리당 때도 있었다. 당시도 이념적 선명성만 강조하고 전국 정당화만 주장해서 결국 지역기반을 잃고 완전히 실패한 꼴이 됐다. 민주당이 지금 그런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새누리당의 ‘공천 내전’은 당연히 친박(친박근혜계)과 친이(친이명박계)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의 공천 결과를 보면 탈락자의 73%가 친이계다. 아무리 18대 국회에서 서울ㆍ수도권 지역에 친이계 의원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이 수치는 너무 높다. 공정하게 하자면 친이 2명이 탈락할 때 적어도 친박 1명은 탈락해야 하는데, 73%는 너무 높은 탈락률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 새누리당의 공천방식은 이재오, 정몽준과 같은 기둥은 그대로 놓아두되, 그 기둥을 지탱하는 지지대는 치워버리는 방식이다. 지지대가 없어진 기둥은 기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친이계를 몰아낸 자리에는 전직 구청장들과 같은 정치인들을 배치하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인물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온다.
친박계는 “영남에서 공천하는 걸 보면 친이계에 대한 공천학살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런데 이것도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영남에서 친박 의원들을 낙천시킨다 하더라도 새롭게 등장하는 이들 역시 ‘새로운 친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선수 교체’를 두고 친박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상황이 이러니 공천 탈락자끼리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합종연횡하게 생겼다. 그리고 이들의 ‘억울함’은 기존 정치구도의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들의 이념적 특성이 중도에 가깝고 각 당의 ‘내 맘대로 공천’이 이들을 희생양으로 비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