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위 총선준비 본격화
공천위 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간 한나라당이 ‘현역 물갈이’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서울 강남과 영남권 등 전통적인 텃밭을 전략공천지로 규정, 대대적인 물갈이를 한다는 방침이다. 물갈이는 최소 50%라는 게 정설이다.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1일 과거 현역의원 교체율 40% 수준을 상기시키며 “강남을 포함해 한나라당 강세지역에서도 최소한 50%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공직후보자추천위원(공천위)에 들어간 권 사무총장은 현역의원이자 당직자로 공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활을 담당할 전망이다.
교체 대상 현역 의원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권 사무총장은 “서울 종로나 충청도 세종시처럼 지역의 선거 승패나 진행과정이 다른 곳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 상대후보나 면면에 따라 주변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을 전략공천 대상지로 꼽으며 “영입인사 투입은 강세지역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ㆍ경북과 서울 강남 벨트에 현역 물갈이와 전략 공천이 집중될 것임을 밝힌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에 충격을 주고 있는 박희태 돈봉투 사건 및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돈 전달 의혹 관련자들의 공천 배제도 천명했다. 권 사무총장은 “어느 정도 혐의를 받고 있는가, 또 개연성 정도에 따라 혐의만으로도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며 “비리와 관련해서 법률적 책임이 있다면 공천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달 31일 정홍원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이 여의도 당사에서 임명 직후 기자들에게 수락배경과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박현구 기자> / phko@heraldcorp.com |
공천위의 강한 물갈이 의지에 대해 당 내 평가는 엇갈렸다. 당 지도부는 대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인사라고 자평한 반면,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된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려와 불만도 적지 않았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무난하게 만들어지지 않는가 싶다”며 공정하고 개혁적인 공천을 기대했다. 공천위 전체 11명 중 8명이 당외 인사인 점에 주목했다. 기성 정치인들과 거리를 둔 인물들이 중심이 된 만큼,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수차례 강조해 온 시스템 공천, 객관적 공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반면 박근혜식 공천학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나치게 많은 당외 인사는 오히려 공천위에 소속된 3명의 현역 의원 권한만 강화해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권 사무총장도 최근 일각의 현 정권 책임자 용퇴론과 관련해 “당의 위기와 잘못에 대해 책임있는 분들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상식 수준으로 생각해달라”며 “다만 인위적으로 지목해 강요하는 것은 민주적인 과정이 아니다”라며 공천위를 둘러싼 우려 불식에 무게를 뒀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