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선거승리 지원통해
거품 입증·대세 굳히기 포석
安 일선퇴장에도 존재감 여전
보선이 곧 ‘대선 모의고사’
정치적 영향력 1차 시험대
오세훈 시장의 사퇴로 급작스럽게 발생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안풍(安風ㆍ안철수 바람)’을 타더니 급기야는 유력 예비대선주자 간 ‘OK목장의 결투’로 부상하고 있다. 야권의 박원순 변호사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박 전 대표는 공성(攻城)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승부는 예측불허다.
▶‘공천’에 주목하는 朴=지난 몇 년간 지지율 1위 행진을 벌여왔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지원에 본격 나설 경우, 이번 선거는 박 전 대표에게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공식적으로 한편 승부를 벌일 수 있는 ‘실력발휘의 장’이 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지원에 적극 나서 ‘선거의 여왕’으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면 친박(親朴) 측에서 주장해왔던 ‘안철수 거품론’을 입증할 수 있을 뿐더러 안풍이 박근혜 대세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향후 대권가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아직 선거 지원 여부를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 이는 당의 공천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공천과정에서 당은 박 전대표의 의중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월 황우여 원내대표와 회동자리에서도 공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선거는 당이 국민과 함께 당무를 해나가는 것으로 준비하는 게 왕도(王道)이고 원칙”이라며 “선거는 표를 의식해서 치른다기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국민의 입장에서 해나가는 당의 모습에 의해서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이한구 의원은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아직 후보자도 선정이 안 됐는데 (박 전 대표가 선거에) 지원하자, 말자는 논의는 너무 앞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당분간 공천을 지켜보면서 현장 행보를 본격화하고 국정감사에서 정책구상을 구체화하면서 안정감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 안 원장과 차별화를 통해 종전의 대세론을 굳혀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뒷짐’지고 1위 넘보는 安=일시적으로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했던 안 원장은 정치일선에서 퇴장했지만,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마치 그는 사라졌지만 존재감만큼은 확실한 정치권의 ‘안철수 시뮬라시옹(가상실재)’ 현상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자신에 이어 유력 후보였던 한명숙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이 결과적으로 박원순 변호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격이 되면서 이번 선거가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됐다.
게다가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박 전 대표와 박빙을 이루고 있는 그로서는 손에 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대선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게 된 셈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총리의 불출마도 ‘안풍’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야권은 2단계에 걸쳐 박 변호사와 야권 단일후보를 만드는 과정을 만들겠지만, 현실적으론 박 변호사가 강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