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넘게 계속된 리비아 내전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리비아 반군이 무아마르 카다피의 거점인 트리폴리로 진격하면서 사실상 승리에 휩싸인 분위기다. 카다피가 곧 리비아를 떠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앞으로 ‘포스트 카다피’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스트 카다피 시대 도래하나= 42년간 이어진 카다피의 시대도 끝이 보이는 분위기다. 리비아 반군은 이달 내 내전을 끝내고 최종 승리를 거두겠다고 선언했다. 반군 대표 기구 과도국가위원회(NTC)의 파리 특사인 만수르 사이프 알나스르는 “내전이 결정적인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8월 말 라마단(이슬람 성월)이 끝날 때까지 최종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도 카다피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도 카다피의 집권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퇴진 임박설에 힘을 실었습니다.
아직 내전 종식이 기정 사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반군의 승리 쪽으로 무르익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dpa통신 등 외신은 18일 리비아 반군이 트리폴리와 카다피 고향인 시르테 사이의 마을을 장악한 뒤 트리폴리로 진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벵가지에 거점을 둔 반군은 앞서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40km 떨어진 항구도시 자위야 중심까지 나아갔으며, 자위야에 있던 리비아 보안군 사령관과 카다피 친위부 대원들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리비아 반군은 ‘포스트 카다피’에 대비해 집권 시 로드맵도 공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반군은 로드맵에서 카다피가 끝내 퇴진하면 헌법에 따라 8개월 내로 권력 이양을 위한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내용의 대책을 마련했다. 또 이 로드맵에는 새로 수립될 정부가 한 달 내로 총리를 임명하고, 두 달 이내로 새 헌법 초안을 작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앞으로의 길도 쉬워보이지만은 않는다. 42년을 장기집권한 카다피가 권좌에서 물러나더라도 불안정과 불확실성의 시기가 리비아에 도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리비아가 카다피 이후의 시대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다피를 절대 권력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 외에 새로운 리비아의 탄생을 위해 평화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다피는 어디에= 이처럼 내전 종결이 다가오고 있는 분위기지만, 카다피는 모습도 목소리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의 행방에 대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일간지 알바와바는 리비아 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카다피가 현재 병을 앓고 있으며 리비아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17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남아프리카에서 온 두 대의 에어버스 항공기가 트리폴리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한 대는 대표단이 타고 있었고, 다른 한 대는 승객이 탑승하지 않았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 관계자는 카다피가 이 비행기를 이용해 가족들과 함께 베네수엘라로 떠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알바와바는 최근 튀니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리비아 반정부군과 카다피 정부의 대표들의 대화가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특사도 튀니지에서 카다피 정부의 대표들과 만나 협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카다피가 현재 병환을 앓고 있으며, 치료를 위해 급히 리비아를 떠나야 할 처지라고 주장했다. 카다피가 수석 보좌관을 튀니지로 보내 프랑스와 영국 관료들을 만나 그와 가족들이 리비아를 안전하게 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