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납, 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중국에서 이번에는 수년간 크롬을 무단 투기해 한 마을이 ‘암환자촌’으로 변모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신징바오 등 중국 언론은 윈난(雲南)성 취징(曲靖)시에 있는 루량(陸良) 화학회사가 최근 5000t이 넘는 크롬 폐기물을 무단 투기해 중국 남부지역의 젖줄인 주장(珠江)의 상류 난판장(南盤江)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취징시의 조사에 따르면 루량화학회사와 계약을 맺고 크롬 폐기물을 구이저우(貴州) 처리장까지 운반하기로 한 운전수 2명이 운송비를 아끼려고 지난 4월28일부터 6월12일까지 5222t에 달하는 폐기물을 난판장 인근에 유기했다. 이 물을 마신 산양들이 폐사하면서 이 사건의 실마리가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크롬 투기는 최근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역의 화학공장들은 난팡장 강변에 크롬 폐기물을 지난 10여 년간 무단 투기해왔으며, 인근 마을 주민 37명이 암으로 사망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고 미국의 중국어 신문 다지위안(大記元)은 전했다.
신문은 한 주민의 말을 인용해 매년 환경부 직원이 현장 조사를 나왔지만 늘 안전검사를 통과했다며 현지 정부관계자와 업체간 결탁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중금속 오염으로 인한 환경재앙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주민들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에서 시민 1만2000여 명이 화학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여 당국으로부터 공장 폐쇄 명령을 이끌어 냈다. 폐쇄를 지시받은 공장은 유독성 화학물질인 파라자일렌(PX)을 생산하는 푸자다화석유화공유한공사로, 화학섬유 원료인 PX를 연간 70만t 생산하는 중국 최대의 PX 제조공장이다.
16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공장 폐쇄라는 성과를 이끌어낸 시위는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징표”라면서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