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이 때아닌 세금 논란에 휩싸였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먼드 투투(80) 주교가 국민 화합 차원에서 백인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다.
지난 11일 투투 주교는 케이프타운에서 자신의 새 저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행한 연설에서 백인에 대한 부유세 부과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뉴스통신 사파에 다르면 투투 주교는 연설과 질의 응답 시간을 통해 남아공의 백인들은 과거 자신들이 백인으로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며 반대 급부로 일회성의 부유세를 부과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투투 주교는 악명높았던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 정책을 펼친 백인 정권 치하에서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고 1994년 민주화 이후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가 통합에 기여한 인물이다.
주교의 발언은 즉각 논란이 되고 있다.
주교의 발언이 전해지자 백인 중심 군소정당인 ‘프리덤프론트플러스’의 앤튼 앨버츠 대변인은지난 13일 성명에서 백인들이 민주화된 지 지난 17년 동안 인구 구성 비율에 비해 다른 인종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국가 재정에 기여했는데 이제 와서 백인만을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또 60만명의 가난한 백인들을 고려할 때 투투 주교의 그같은 언급은 매우 비도덕적이라고 덧붙였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FW 데 클레르크 전 남아공 대통령이 창립한 클레르크 재단도 성명에서 부유세를 모든 인종이 아닌 백인에게만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 것이라고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성명은 남아공에는 소득세 등을 통해 이미 일정 규모 이상의 소득을 버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누진세율이 적용돼 국고에 귀속되고 있으며 백인들이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흑인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유럽 수준의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물론 주교를 지지하는 견해도 있다. 케이프타운대학의 헌법학자인 피에르 드 보스는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헌법재판소는 과거 백인정권의 흑인차별 정책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취해진 흑인우선정책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며 클레르크 재단의 헌법위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또 연간 소득의 2-3%를 1년 또는 2년 동안 일정 규모 이상을 버는 백인에게 부과해 이를 통해 기금을 마련, 학교와 컴퓨터교실, 축구장 등을 건립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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