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펀드가 17일로 예정된 예비입찰에 불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쳐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표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보고펀드에 따르면, 전략적투자자(SI) 없이 사모펀드나 재무적 투자자(FI)가 중심이 되는 협상이 아니라면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펀드 측은 최근 한국금융지주에 컨소시엄 참여를 제의했지만 거절당하면서 현재까지 인수전에 함께 참여할 SI를 찾지 못했다. 예비입찰을 앞두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보고펀드가 또다른 투자대상을 물색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반면 우리금융 입찰의향서(LOI)를 제출한 국내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티스톤파트너스의 인수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MBK파트너스는 새마을금고연합회와 자금조달 등 협의를 거의 마무리해 예비입찰에 꼭 참여하겠다는 입장이고,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이끄는 티스톤파트너스도 입찰 참여를 굳힌 상태다.
우선 2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하면 유효경쟁이 성립돼 입찰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도 17일 예비입찰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평가기준에 맞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범 공자위 사무국장은 “유효경쟁이 성립돼야 한다”며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자격기준을 갖춘 곳이 적어도 두 곳은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각 당사자인 정부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불안 탓에 유찰이나 입찰 중단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것은 물론, 우리금융 주가 폭락으로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우리금융 지분 56.97%를 매각할 예정으로 입찰 참여자는 이 가운데 최소30%를 인수해야 한다. 지난 12일 기준 우리금융 주가는 1만1300원으로 이달초 1만4250원에서 21%가량 떨어졌다.
매각 프리미엄은 고려하지 않고 따졌을 때, 정부 보유지분 56.97% 가운데 30%를 매각한다면 1일 종가로 따지면 3조4457억원에 달하지만 12일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2조7324억원이 된다. 9거래일 만에 7133억원이나 줄어들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노린 정부 목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사모펀드의 고위 관계자는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떨어지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물리치고 입찰을 계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 인식이 부정적인 점도 부담이다. 사모펀드 관계자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못지않게 정부가 금융산업 발전 항목을 중요시하고 있는데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식지 않아 입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은행의 가계대출을 규제하는 점도 우리금융의 주가전망에 비우호적이어서 정부 스스로 인수 과정을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최근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지원 요청을 받았던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정부입장에선 부담스런 협상이 될 수 있어 예정대로 절차를 계속 가져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래서 자금지원도 거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