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가 벌어진 중국 고속열차 구간의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 구조활동은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사고 처리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은폐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중국 정부의 안이한 대처에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성장통에 힘겨워하는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사망자 39명, 고속열차 재개통=이번 사고에 대한 수색 작업이 25일 오후 6시를 끝으로 종료됐다. 동시에 열차 운행이 중단됐던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구간의 고속열차 운행도 재개통됐다.
26일 상하이 교통당국은 사고 구간에 대한 긴급보수와 청소 등이 끝나 닝보에서 원저우 구간의 열차는 세 편을 제외하고 모두 정상운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열차 가운데 하나인 둥처 3115호도 다시 운행에 들어갔지만 탑승률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저장성 당국은 이번 추돌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그간 알려진 43명에서 39명으로 정정했다. 신화통신은 수색작업으로 찾아낸 시신 1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 같은 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또 이번 사고로 모두 193명이 부상했고 이 가운데 12명은 중태라고 전했다. 앞서 이 통신은 132명의 부상자가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런 가운데 주중 미국대사관 측은 사망자 가운데 미국인 2명이 포함돼 있다고 공식확인했다.
▶졸속처리에 축소·은폐 의혹까지=사고가 난 것도 문제지만 사고처리가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중국 국민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사상자 수 발표가 오락가락하는 등 중국 당국이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축소·은폐 의혹까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중국 철도부는 25일 “사고 직후 확보한 블랙박스를 분석해 조사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왕융핑(王勇平) 중국 철도부 대변인은 “심각한 사고에 대한 구조작업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면서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당국을 믿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졸속 수습이라는 비난과 함께 의혹도 높아지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철도 당국이 추락한 기관차 부분을 땅에 파묻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당국이 이번 사고를 축소 은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철도 당국은 “구조 및 사고 처리를 쉽게 하기 위한 조치였지 절대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사고 원인 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관차를 땅에 묻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사고 처리를 마무리했다면서 열차 잔해 속에서 뒤늦게 2세 여자아이가 발견돼 구조되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신화통신은 사고 발생 21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출됐던 2세 여아 샹웨이이가 왼쪽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왼쪽 다리의 혈액순환 상태를 관찰한 뒤 절단 수술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수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부심인 고속철도 차량 자체의 오류를 감추기 위해 당국이 일부러 이런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중국 지도부가 국내외 비난을 의식해 최대한 빨리 사고를 수습하는 데만 역점을 두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성장통 겪는 중국=중국은 지난 2008년부터는 고속철 국산화와 속도 경쟁을 본격화해 세계 최고 속도의 신화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런 신화는 허상으로 드러났다.
26일 신징바오(新京報)는 고속철도 기관사가 불과 10일 만에 운전을 배워 투입됐으며 고속철 개통 일정도 정치적 이유로 앞당겨지면서 사고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고속철 사고는 앞만 보고 고속성장에 매진해온 중국의 후유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단기간의 양적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과속 후유증’에 힘겨워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잇따르는 대형 안전사고에다 부정부패와 빈부격차 심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칭화대학의 한 교수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경제발전 제일주의의 목표 아래 웬만한 부작용을 감수해왔던 중국 공산당이 압축 성장에 따른 성장통에 힘겨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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