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주ㆍ공화 양당이 8월 2일 데드라인을 앞두고 있는 국가 채무한도 증액 협상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교착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반복되는 협상과 결렬로 미국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밤 9시(현지시간) 부채 상한 증액 협상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갖고 다시 한번 국민의 지지를 촉구했다.
백악관과 민주, 공화 지도부는 최악의 디폴트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채무 상한 증액 방식과 규모,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지출삭감, 세수 증대 방안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야는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는 등 막판 조율을 모색하고 있지만 서로에게 양보만을 요구하며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민주 “세금인상 않는 대신 빅딜”=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내년 말까지 부채 상한선 일괄 증액이라는 주장을 고수하는 대신 세금 인상을 포함하지 않는 공화당 입장을 받아들인 새 협상안을 내놨다.
그는 향후 10년간 2조7000억달러의 지출을 삭감하고 2012년 말까지 부채 상한선을 2조4000억달러 증액하자고 제안했다.
리드 원내대표의 안은 1조2000억달러를 국내 및 국방지출에서 줄이고, 1조달러는 이라크전 및 아프가니스탄전 축소로 절감한다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던 메디케어(노령층 의료보험)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사회보장제 등 사회보장성 프로그램 예산에 대한 삭감안은 빠졌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즉각적인 지지 입장을 밝혔다. 제이 카니 대변인은 리드의 안이 “책임있는 타협안”이라며 “양당 모두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공화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2013년까지 정부 부채 상한선에 추가 상향 조정이 필요없는 총 2조4000억 달러의 상향 조치를 한번에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와 2013년 미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이 문제를 다시 정치 쟁점화하지 못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공화 “리드 안은 속임수” 반발=이에 대해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리드의 협상안이 재정적자와 빚을 이끈 가장 큰 요인들을 다루지 않았다”면서 “속임수 투성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2단계 증액안’이라는 자체 협상안을 내놨다. 우선 1단계로 향후 10년간 1조2000억달러의 지출을 삭감하는 조건으로 우선 올해 말까지 부채상한선을 1조달러 상향조정하고, 이후 2단계로 의회가 세제 개혁 및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대한 개혁을 승인할 경우에 한해 내년 말까지 다시 부채 상한선을 1조6000억달러 증액하는 방안이다.
베이너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방안은 지난 주말 상원 민주당과 진행한 협상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시간이 부족한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같은 베이너 안에도 대선을 겨냥한 공화당의 입장이 반영돼 있다. 일단 일시적 부채 상한 증액을 통해 디폴트 위기만 면하고 미국 대선전이 달아오르는 내년 초 국가 부채 문제를 다시 제기해 오바마 대통령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 여론은 양측의 타협을 압박하고 있다. CNN이 여론조사기관(ORC)과 함께 지난 18∼20일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출삭감과 세금인상이 함께 들어간 협상안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64%에 달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