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부패척결 의지표명 불구 곳곳 비리 곤욕…교육·토착비리 대대적 점검 신뢰회복 안간힘
오는 18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양건 감사원장의 마음이 무겁다. 권위있는 헌법학자이자 초대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냈던 양 감사원장은 지난 3월 취임하면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 그리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특히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후 석 달여가 지나는 동안 감사원은 ‘국가 최고감사기구’라는 위상과 이미지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감사위원 선임 당시부터 ‘정치적 인사’라며 논란이 많았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은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의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감사원 내부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줬다.
더구나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저축은행 국정조사는 2008년 쌀 직불금 부정 수령 사태 당시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 문제로 개원 이래 처음으로 국정조사를 받았던 아픈 기억까지 떠올리게 한다.
외부적으로는 최근 국토해양부 직원의 ‘목금 향응 연찬회’ 파문으로 공직사회 전반의 부정부패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감사원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정권 후반기 공직기강을 다잡고 사회 전반의 부패를 척결하는 데 감사원이 선봉에 서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교육, 토착비리를 중심으로 공직사회 전반의 기강해이와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나서고 있다. 한편으론 국민적 관심사인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감사를 통해 감사원의 훼손된 명예를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양 감사원장은 언론을 통해 밝힌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에 대해 “저축은행 사태와 감사위원의 비리 연루 등으로 감사원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번 일을 통해 감사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각별하고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감사원 본연의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권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집권 후반기 레임덕은 대통령 측근의 부패와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서 시작된다. 양 감사원장이 취임 당시 인용했던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그로 인한 민심의 이반”이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안현태 기자/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