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에 휩쓸려 실종된 딸을 찾고 있는 쇼우지(庄子) 부부는 지난달 26일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이 사진에는 파란 지붕에 빨간 하트가 그려진 자신의 집풍경이 담겨 있었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본 이와테(岩手)현 야마다(山田)초에 살았던 쇼우지 부부는 큰딸 니시 미호코(西美保子ㆍ53) 씨의 제안으로 대대적인 집수리를 하기로 했다. 부모는 딸의 집이 있는 구마모토(熊本) 시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부모님이 기뻐할 수 있도록 ‘서프라이징 이벤트’를 하고 싶다”며 업자에게 지붕에 하트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대지진이 일어났던 그날도 미호코 씨는 완성된 지붕의 하트를 보러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마을을 휩쓴 쓰나미는 그녀의 소원까지 삼켜버렸다. 집과 함께 떠내려간 미호코 씨는 52일째 행방불명 상태다.
미호코 씨가 부모님을 위해 그린 파란 지붕의 붉은 하트. [사진=아사히신문] |
지진 발생 5일 전에도 택시를 타고 친가로 향했던 미호코 씨는 택시기사에게 “지붕에 하트를 그려 부모님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를 태웠던 택시기사 아베 도시오(60) 씨는 당시를 기억하며 “미호코 씨를 내려준 단층집을 올려다보니 진짜로 푸른 지붕 가득히 붉은색의 큰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며 “너무 인상 깊어 평상시 가지고 다니던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아베 씨는 3월 30일 아사히신문에 난 미호코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읽고 “(그녀의) 부모님께 사진으로나마 하트 지붕을 보여주고 싶다”며 신문사로 연락을 해왔다.
사진을 전달받은 미호코 씨의 남편 도요하루(東洋治ㆍ68) 씨는 “부모님을 생각하는 아내의 마음이 느껴진다”며 “사람을 기쁘게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 마코토 씨는 “이 사진 한 장이라도 남아서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사히신문은 2일 이 같은 미호코 씨의 사연을 보도하며 아직도 가족은 그를 애타게 찾고 있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ch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