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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인방의 진퇴에 따라 정체성 혼란에 빠진 MB노믹스
"이명박정부는 보수냐, 좌파냐." 이명박 대통령 탄생의 일등공신인 ‘MB노믹스’가 원색적인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초과이익공유제’와 ‘(정유사의) 성의 표시’ 파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공적 연기금 주주권 행사’ 발언이 터져 나왔다. 정권 초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근간으로 한 ‘공공개혁, 규제완화’의 정책 프레임은 오간 데 없고 대기업 발목잡기, 가격 통제 등의 관치풍이 넘친다.

MB노믹스가 작은 정부(시장 자율)와 큰 정부(시장 개입)를 종횡으로 오가는 것도 문제지만, 이 과정에서 재계는 예측 불가능한 정부에 대해 불신하고, 서민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정부정책에 등을 돌리면서 현 정부는 막대한 사회비용을 치르고 있다.

MB노믹스는 왜 이렇게 복잡하고 불편한 길을 걷게 된 걸까. 정부와 여권 내부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MB노믹스 예견된 변신 =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 MB노믹스 설계에 관여한 인물들을 흔히 ‘경제 실세 6인방’으로 불렀다. 6인방은 경제대통령 만들기라는 대의에 동참해 MB노믹스를 만들었지만 애초부터 강만수 산업은행장이 중심에 선 재무부출신 관료들과 류우익 전 주중대사를 정점으로 한 소장파 학자들로 크게 양분됐다. 전자가 성장 위주의 ‘국민성공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꺼내들었다면, 후자는 성장 그 자체보다는 성장을 수단으로 ‘다함께 잘사는 사회’에 초점을 맞췄다.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는 “캠프 때에는 대선 승리라는 목표로 하나가 됐다” 면서 “그러나 그 때부터 실세들의 성향과 정책 목표가 동일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초기 주도권은 대표적인 성장론자인 강만수 진영이 잡았다. 이들은 고환율ㆍ저금리, 감세정책 등을 통해 대기업을 측면지원하면서 금융위기 극복과 세계 7대 수출대국, 6%경제 성장 등의 성과를 거뒀다. 흔히 알고 있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다. 그러나 이들이 속속 정책라인에서 이탈하면서 MB노믹스의 프레임에도 변화가 왔다. 백용호 정책실장이 청와대로 입성하고 곽승준 위원장이 미래기획위원회를 맡으면서 성장 일변도 정책은 공정사회와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의 옷을 입었고 최근 일련의 ’반기업ㆍ반시장’의 비판에 직면했다.

▶경제논리에서 정치논리로 =정권초기 고소영내각과 촛불시위로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이 대통령은 이듬해 친서민정책을 제시했다. 인기는 급 반등했다. 한 때 20%대에 불과했던 국정 지지도는 친서민정책이후 40%대의 탄탄한 길을 걷게 됐다. 일각에서 포퓰리즘 비판이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이후 친서민이라는 키워드를 내려놓지 않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MB노믹스의 좌클릭과 관련 “총선과 대선이 한 해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라며 “여기에다 그동안 대기업을 밀어줬더니 한 게 없다는 섭섭한 마음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컨트럴타워가 없다 =MB노믹스가 우왕좌왕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컨트럴타워 부재를 꼽는 이들도 많다.

정부 관계자는 “정권 초에는 강만수 당시 장관을 중심으로 금융위기 극복이라는 단일과제를 성장위주 정책으로 풀어냈다” 면서 “최근 국책사업 혼란이나 초과이익공유제, 연기금 주주권 행사 등 정제되지 못한 정책 제안들을 보면 청와대 내에 경제정책 전체를 조율하는 기능이 크게 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수석은 물가관리에 바쁘고,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정책실장이 모든 사안을 컨트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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