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규모있는 땅 개발이 아닌 단순히 전원생활을 위한 시골 땅 매입이라면 전문가의 컨설팅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 이런 경우는 무엇보다도 현지 중개업자를 잘 만나는 게 중요하다. 대개 일반인들은 중개업자에게 전화하고 질문하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중개업소를 자주 찾아가 많은 질문을 쏟아내는 것을 마다해서는 좋은 땅을 만날 수 없다. 결국 서로 간에 신뢰를 쌓아 중개업자를 내편, 친구로 만드는 것이 맘에 꼭 드는 내 땅을 잡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이 때 중개업자는 단순 매물 중개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지역에서 적어도 5년 이상 중개업을 하면서, 그 지역의 좋은 땅은 손금 들여다보듯 꿰고 있어야 한다. 또한 부동산에 대한 나름의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갖춰 각 매물의 현재가치와 미래가치를 분석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물건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중개업자는 자금력과 현장경험이 풍부하다. 시장에 나온 매물의 장단점을 분석해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돋보이도록 한다. 분필과 합필, 진입로 개설, 인허가 획득 등의 노하우를 활용해 땅의 가치를 높인다. 대개 능력 있는 중개업자는 현지 중개업소 모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거나 지역유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좋은 매물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이들 실력 있고 믿을만한 현지 중개업자는 그저 매물만 많이 확보해 거래실적만 높이려는 다른 중개업자와는 달리 풍수적으로 명당 터, 지하수와 계곡물이 풍부하고 좋은 곳, 산나물과 약초가 많이 나는 곳, 인근 풍광이 좋은 산책로 등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심지어 토박이 중개업자는 현지 주민들의 가정 형편까지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지라, 없는 땅 매물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즉, 손님이 마음에 들어 하는 지역에 매물이 없더라도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면 해당 땅주인을 설득해 팔게 만든다.
능력 있고 믿을만한 중개업자를 통해 좋은 물건을 소개받았다면, 그리고 계약을 체결할 마음이 있다면, 이어 가격흥정에 들어간다. 사실 성공 투자의 관건은 저평가된 지역, 저평가된 땅을 발굴해 얼마나 싸게 매입하느냐에 달려있다.
땅값 흥정에 있어서도 중개업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유능한 중개업자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입장에서 서로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절충점을 이끌어낼 줄 안다. 통상 시골 땅의 경우 매도자는 미리 가격 흥정을 감안해서 10% 안팎을 높여 부른다. 여기에다 동네 이장 등 무허 거간꾼인 ‘�방’이나 중개업자가 요구하는 소위 인정비(작업비)가 더해질 경우 가격을 후려쳐야 할 폭은 더 커진다. ‘시골 땅 값은 아무도 모른다’는 격언을 명심하자.
매수자 입장에서는 또한 계약 후 중도금과 잔금의 지급 시기를 앞당겨 그만큼 땅값을 깎을 수 있다. 토지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출금 상환 등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땅 주인들이 이런 거래를 시도한다. 매도자는 가격을 좀 더 낮추는 대신 매매대금을 한꺼번에 받아 대출금을 갚을 수 있고, 매수자는 보다 싼 값에 원하는 땅을 살 수 있다.
외견상 드러나는 땅의 흠결도 가격을 깎는데 적극 활용한다. 진입로 상황이 좋지 않거나, 경사도가 심하거나, 자갈이 많거나 땅 모양이 정방형이 아닌 경우 인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흥정한다. 땅에는 정해진 가격이 없다. 흥정하기 나름인 것이다. 이때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면 가격 흥정에서 결국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알짜 급매물을 잡을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알짜 급매물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알짜 급매물의 경우 현지 중개업자들이 직접 인수해 버리거나, 아니면 VIP고객에게 조용히 넘겨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력 있고 믿을 만한 컨설턴트와 중개업자를 내편, 내 친구로 만들면 이런 알짜 급매물도 굴러들어오게 된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