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마민족의 여정에는 늘 예기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정착생활이 아니라서 일정한 곳에 방벽을 쌓는 것도 아니기에 늘 사람이 중심이 되어 만약의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제 어떤 위험이 올지 모르므로 동ㆍ식물, 사물, 인간, 천문, 기상에 대한 탐구 욕구는 어느 민족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베이컨이 ‘아는 것이 힘’이라고 설파하기 전, 우리 민족은 그 진리를 오래전부터 터특하고 있었다. 그 탐구에 대한 욕구DNA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거의 모든 상급 학교 진학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평균을 상회한다. 이 같은 높은 교육열이 지금까지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된 ‘DNA’ 중 하나라는 데 많은 나라들은 인식을 같이 하고, 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2월 각각 발표된 ‘2010년 OECD 교육지표’와 ‘2009 학업 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를 살펴 보면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이수율(79%)과 고등교육(대학) 이수율(37%)은 OECD 국가 평균(고교 71%ㆍ고등교육 28%)보다 높았다. 특히 청년층(25~34세)의 경우 고등학교 이수율은 무려 98%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고등교육 이수율도 58%로 2009년 1위 캐나다(56%)를 제쳤다.

우리나라의 상급 학교 진학률도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전문대학 입학률은 38%로 칠레(48%), 뉴질랜드(46%)에 이어 OECD 국가 중 3위를 차지했다. 대학교(4년제) 및 대학원 석사 과정 입학률도 71%로 OECD 평균(56%)을 넘어섰다. 대학원 박사 과정 입학률(2.2%)만 OECD 평균(2.4%)에 못 미쳤다.

결국 이 같은 노력은 결과로 나왔다. ‘PISA 2009’ 분석 결과 한국은 읽기 1~2위, 수학 1~2위, 과학 2~4위로 세 영역 모두 최상위권에 들었다. 읽기와 수학 평균점수는 각각 539점, 546점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고 과학(538점)은 핀란드(554점), 일본(539점)에 이어 3위였다.

이를 두고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교육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은 영어교사까지 외국에서 들여온다”며 여러 차례 한국의 교육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의 차세대 정치인 중 하나인 하시모토 토오루 오사카부 지사도 “영재학교, 자유로운 커리큘럼, 글로벌 인재육성이라는 목표가 한국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학부모들의 뒷받침이 있었다. GDP(국내 총생산) 대비 공교육비 비율은 7.0%로 OECD 평균(5.7%)보다 높았는데, 이 중 민간이 부담하는 비율은 2.8%(OECD 평균 0.9%)로 31개 회원국 중 최고를 기록했다. 이 지표가 개발된 2001년 이래 10년 연속 1위였다. 반면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은 4.2%로 OECD 평균(4.8%)보다 낮았다.

공교육비 민간부담률은 유치원, 초ㆍ중ㆍ고, 대학의 교육비 가운데 재단 전입금, 수업료 등 민간이 부담하는 금액을 말한다.사교육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비율이 높다는 것은 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은 교육을 아직도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 보는 대다수 부모들의 인식 때문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술값 등을 아껴 자녀의 교육을 위해 쓰는 부모들 덕분에 우리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아졌다”면서도 “이 같은 비용 중 사교육에 들어가는 액수도 상당수”라고 분석했다.

이어 “공교육이 정(正)이 되고 사교육이 부(副)가 될 때 지적 향상은 물론 인성과 사회성의 발달이라는 교육의 목적이 이뤄진다”며 “교원평가 등을 통해 교사와 학교의 질을 향상시켜 공교육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 @ssy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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