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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의 남북관계·광복절 분열 우려…尹 '통일 담론'으로 ‘통합’ 나선다
15일 광복절 경축사 새로운 통일담론 제시
여야 합의 중요한 통일방안 대신 담론으로 선회
국내·남북 결집 의미의 통일…광복절 ‘반쪽’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새로운 통일 담론을 발표한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밝혀온 자유·인권·국제협력의 통일관을 강조하는 선에서의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와 광복절 개최를 두고 분열 양상을 보이는 현 시국에서 통일에 대한 담론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닿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해 ‘통일의 청사진과 추진전략을 담은 새로운 통일미래 비전을 정립’하기 위해 신(新)통일미래구상을 마련하고,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30주년을 맞이해 달라진 통일환경 변화를 반영한 새 ‘통일방안’을 세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축사에서는 새로운 통일방안을 발표하지 않고 ‘통일담론’으로 선회하면서 그 배경에 주목된다.

▶여야 합의 중요한 통일방안=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8월15일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발표했다.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방안으로 자주·평화·민주의 3원칙과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 완성의 3단계를 골자로 한다.

이는 지난 30년간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이었다. 통일이 될 때까지 남북관계를 이끌어갈 ‘민족공동체 헌장’을 채택하고, 이에 기초한 남북정상회의와 실행기구 등 과도기구를 설치를 통해 ‘국가연합’을 형성하며, 남한의 국회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합동회의체인 ‘남북평의회’에서 통일헌법을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선거를 실시, 통일국회와 통일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이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989년 9월11일 노태우 대통령이 특별선언을 통해 발표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7년 헌법 제정 당시 8인 정치회담의 멤버였던 김영삼, 김대중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단일국가 통일안’이 아닌 ‘남북연합 통일안’의 통일방안을 마련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됐다. 선언 2항에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남측의 연합제안’은 김영삼 정부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제시한 남북연합을 뜻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에서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했다. 이렇듯 정권의 성향이 달라져도 통일방안만큼은 계승.보완되며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근간에는 ‘여야 합의’가 자리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계승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여야 합의 없는 새로운 통일방안을 발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플랜인 ‘방안’보다 큰 범주의 ‘담론’으로 확장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전성훈 K정책플랫폼 국제전략위원장(전 통일연구원장)은 “통일방안은 통일에 대한 국민 의견을 결집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국민 통합에 기여한다”면서 “여야 합의와 국론 결집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침수지역 주민 구출에 투입됐던 헬기 부대를 축하 방문해 훈장을 수여하고 격려 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

▶北 “적대국가” 선언한 시점에 꺼내는 ‘통일’=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대남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지시하며 남북관계를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선언하면서 “(남측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밝혔다.

동족 관계가 아니며 전쟁 중인 ‘다른 나라’이기 때문에 통일의 상대가 아니라고 천명하면서 당 통일전선부 등 대남기구를 정리하고, ‘통일’ 표현을 삭제했다. 남측을 지칭할 때 사용하던 ‘남조선’이라는 표현 대신 ‘대한민국’을 언급하면서 ‘국가 대 국가’의 관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오히려 통일의 필요성은 중요해졌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올해 “자유와 인권의 보편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2024년 3·1절 기념사), “여러분과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고 ‘사람과 사람의 통일’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자유통일’이 시작될 것”(2024년 7·1 북한이탈주민의 날) 등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이유다.

북한이 통일을 거부한다 해도 헌법상 명시된 통일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재차 피력하는 데 이번 광복절 경축사의 의의가 담길 전망이다.

▶반쪽 우려 광복절, ‘통합’ 의미 살릴 수 있나=대한민국은 ‘통일’에 대한 인식이 매우 강한 나라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통일 여론·동향’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8%,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0.9%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4분기 이후 6년 만에 통일 필요성 인지에 대한 최고치다.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지가 강한 국민들에게 ‘통일담론’을 제시하는 것은 국민적 응집력을 모으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최근 뉴라이트로 지목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두고 국론이 분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사상 초유의 ‘광복회외 여당 불참 광복절’이 될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통일담론이 여론에 어느정도의 소구력이 있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광복절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단행된 군 출신 외교안보라인 인사 역시 통일담론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북 강경파인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와 통일담론의 부조화를 잘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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