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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소주’ 계산 끝낸 오비맥주, 지방시장부터 뚫을까
신세계L&B 대금 결제…현장실사까지 마쳐
희석식 소주 면허로 국내 시장 진출 가능성
제주소주, 오비맥주 인사로 경영진 ‘물갈이’
제주소주 ‘푸른밤’. [제주소주 제공]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 작업이 막바지 단계다. 주류업계는 오비맥주가 지방부터 시작해 국내 소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한다.

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오비맥주는 최근 신세계L&B에 제주소주 인수 대금 지불을 완료하고, 현장 실사를 마쳤다. 인수 금액은 12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2011년 제주 향토기업으로 시작한 제주소주는 2016년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인수됐다. 당시 인수 금액은 190억원이었다. 이듬해 자체 브랜드 제품 ‘푸른밤’ 소주를 생산했으나 사업 부진으로 철수했다. 2021년 신세계L&B로 넘어간 이후에는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 유통업체들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계약으로 수출용 과일소주를 생산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모회사 AB인베브가 갖춘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소주 수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AB인베브는 버드와이저, 코로나, 호가든 등 500개가 넘는 맥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주류회사다. 오비맥주 역시 세계 30개국에 20여 종의 맥주를 수출 중이다.

국내 소주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희석식 소주를 만들 수 있는 주류제조면허를 자동 취득했다. 이 경우, 출발은 지방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희석식 소주 제조와 관련된 면허 발급은 지역 업체의 치열한 경쟁으로 쉽지 않다”며 “여러 지역 소주가 생존을 위해 수도권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유통망 구축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희석식 소주 제조면허는 지난해 말 기준 21개로 브랜디(8개), 위스키(15개) 다음으로 희소하다. 전체 주류제조면허(3160개) 비중도 0.6%에 그친다. 제조사가 적고, 시장 쏠림도 심하다. 특히 참이슬·진로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와 처음처럼·새로를 생산하는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최근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전담 인력 구성에 착수했다. 제주소주는 지난 9월 구자범 오비맥주 수석부사장을 대표로 신규 선임했다. 사내이사에는 안진근 오비맥주 법무 상무와 최상범 오비맥주 영업부사장이, 감사에는 오비맥주 오현지 변호사가 임명되는 등 오비맥주 출신 인사로 경영진을 꾸렸다. 다만 오비맥주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검토되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관련 인력을 구성한 뒤에 전략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mp125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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