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9일 서울 북한산 인근 도로에서 소변을 보던 70대 택시기사가 멧돼지를 포획 중이던 엽사가 쏜 총에 맞고 숨졌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피해자를 응급처치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멧돼지 포획 활동 중 동료가 쏜 총에 맞은 50대 엽사가 치료 엿새 만에 숨졌다.

강원 횡성에서 유해조수 구제 활동 중 동료가 잘못 쏜 탄환에 맞은 50대 엽사가 치료받던 중 숨졌다.

1일 횡성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정오께 원주시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A(58)씨가 숨졌다.

A씨는 닷새 전인 지난달 27일 오후 8시 52분께 횡성군 횡성읍 갈풍리 마을회관 인근 야산에서 동료 엽사 B(65)씨가 쏜 탄환에 허벅지를 맞았다.

심정지 상태로 옮겨진 A씨는 원주 지역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이날 목숨을 잃었다.

B씨는 '멧돼지를 사냥하던 중 A씨가 멧돼지 쪽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용된 탄환은 여러 개의 조그만 탄환이 한꺼번에 발사되는 산탄인 것으로 확인됐다.

멧돼지나 고라니와 같이 야행성 동물 포획에 나설 경우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총기 반출이 가능하다.

경찰은 유해조수 구제 활동 중이던 B씨가 탄환을 잘못 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B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상을 적용했다. 그러나 이날 A씨의 사망으로 B씨의 혐의는 과실치사로 바뀌었다.

앞서 지난달 6일 경기 연천군에서도 야생 멧돼지 포획 활동에 나선 엽사가 동료를 멧돼지로 오인해 총으로 쏴 숨지게 하는 사고가 있었다. 경기 연천군 연천읍 동막리의 한 도로에서 40대 남성 C씨가 쏜 총에 동료인 40대 남성 D씨가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D씨는 총기를 출고하지 않고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해 멧돼지를 감지하는 역할을 맡았다. 엽사들은 본인들을 식별할 수 있는 형광 안전조끼도 착용하지 않고 어두운 밤에 열화상 카메라에만 의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에 경북 영주시와 강원 횡선군에서도 엽사들이 실수로 사람을 총격한 사고가 발생, 각각 50대 여성이 숨지고 엽사인 50대 남성이 중상을 입었다.

엽사들의 오인 사격이 잇따르는 이유로 멧돼지 등 야생동물 포획 포상금제도가 도입돼 엽사들이 크게 늘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는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2019년 말 도입된 포상금 제도에 따라 정부는 멧돼지 포획 시 마리 당 20만 원을 지급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들도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까지 별도 포상금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