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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1천만원씩 평생 돈 내야” 살 빼려다 ‘노예’ 될 판…‘지옥의 비만약’?
위고비 복용으로 살을 뺀 킴 카다시안의 모습. 킴 카다시안 SNS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선물로 ‘위고비’ 사달라고 하네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출시 직후 품귀현상이 빚어질 만큼 인기다. 심지어 처방이 허용되지 않는 청소년들까지도 위고비를 찾고 있다. 직장인 A씨는 “불법으로라도 사달라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위고비는 비만 환자용으로 출시되는 의약품이지만, 문제는 일반인들의 다이어트용으로 인기를 끄는 데에 있다.

특히, 가격 부담이 상당하다. 판매처마다 차이가 있지만, 월 80만원, 1년이면 약 1000만원 수준에 이르는 약값이다. 요요현상이 있기 때문에, 한번 복용하면 끊을 수 없다. 평생 돈을 써야 하는 셈이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위고비가 국내 공식 출시된 후, SNS에선 위고비 체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제목도 자극적이다. “식단·운동 없이도 계속 빠진다”, “꿈의 비만약, 직접 맞아봤습니다”, “국내 출시, 얼마나 빠진다고요?” 등이다.

심지어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다. 위고비는 소아·청소년 대상으로 처방할 수 없다. 다만, 미국은 12세 이상 어린이부터 처방이 가능하다.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이 마치 의약품이 아닌 다이어트 비법처럼 위고비를 인식하면서 청소년들의 음지 거래가 우려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만치료제를 중고로 사고파는 일이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관련 위반 게시물로 12건이나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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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투약은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위고비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하더라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탈수로 인한 신기능 악화, 급성 췌장염, 당뇨병(제2형) 환자에서 저혈당·망막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질환을 가진 환자는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바로 가격이다. 국내 공급 가격은 37만원이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유통 비용, 진료비, 처방비 등을 더하면 환자 부담금은 월 8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1년이면 약 1000만원 수준이다.

1년만 투약하는 게 아니다. 위고비의 가장 큰 부작용은 바로 요요현상. 투약을 중단하면 살이 다시 찐다. 위고비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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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을 감량시키는 원리인데, 약을 끊으면 뇌 자극이 사라져 다시 원래와 같은 식욕이 생긴다.

즉, 빠진 살을 유지하려면 연간 1000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평생 감당해야 하는 꼴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고비는 킴 카다시안,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들이 사용해 살을 뺐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면서 출시 전부터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비만약”이라며 “하지만 누구나 원한다고 살 수 없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전문의약품”이라고 말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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