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임대주택시장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전체 가구의 약 40%가 임차 형태로 거주하는데 이중 80%를 개인 다주택자가 전세라는 주거형태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임차인은 연봉의 몇배나 되는 목돈을 마련해야 하고, 2~4년 후엔 원치 않는 이사 또는 과도한 보증금 증액 부담이 있고,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보증금 미반환 걱정 등 각종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시장상황이나 정책환경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물량의 변동성이 크고 전세금을 활용한 갭투자도 성행하여 임대차시장과 매매시장 모두 주기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있다. 기업은 임대료 규제와 높은 중과세율 등으로 인해서 임대주택사업 참여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정부의 정책지원과 기업의 투자수요가 결합하면서 대규모 임대기업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특히,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임대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도 감면해주며 주택임대리츠를 육성하여 현재 임대주택의 60% 이상을 임대전문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우리의 임대차시장을 선진화하고 개인이 공급하는 전세 외 다양한 주거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8월 28일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도입방안을 발표하였다. 바로 리츠 등 법인이 단지별 100세대 이상 대규모로 20년 이상 운영할 수 있도록 합리적 수준의 규제완화와 공적지원을 적용한 민간임대주택이다. 그간 민간의 장기임대주택 운영에 걸림돌이 되어왔던 각종 임대료 규제를 완화하고 취득세·종부세·법인세 등 중과를 배제하며,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임대료 규제 등 공적의무가 부과될 경우 이에 비례하여 PF 보증 및 기금 출융자 등 금융지원, 세금감면, 택지공급 등 공적지원책을 담았다.
이는 과거에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있었던 뉴스테이와 현재 각종 임대료 규제로 사업참여가 저조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제도를 보완한 것으로, 기업의 여건에 맞게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제도 지원도 최소화한 모델부터, 적정수준의 공적의무와 지원이 결합된 모델까지 유형을 다양화하였다.
전체 투자기간이 20년 이상인만큼 장기투자에 적합한 보험사 등 금융업계의 참여도 허용하고 적절한 시기에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거래 규제도 완화하며 임차인에게 리츠 주식을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하여 수익을 임차인과 공유할 수 있게 하였다.
정부는 ‘35년까지 10만호 이상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임차인은 목돈부담, 잦은 이사와 전세사기 걱정 없이 최장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 다양한 주거수요에 맞춘 주거서비스와 전문적인 하자보수를 통해 주거만족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또한, 임대주택이 20년 이상 유지되므로 재고량은 안정적으로 늘어나고 불안심리에 기인한 매매수요도 완화되어 임대차시장과 매매시장 모두 한층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대주택사업 분야가 커지면서 부동산서비스산업이 성장하고 임대주택 리츠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 간접투자시장도 활력을 띄게 될 것이다.
지난주 국회에서 신유형 장기임대주택 제도화를 위한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며 국회와 긴밀하게 소통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주거선택권을 제공하고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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