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필리핀 타이폰 배치 후 美 동맹국 상대 의견 전달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로이터] |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중국 외교수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를 거론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전날 조태열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이 지역(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한 것은 지역의 평화·안정을 파괴하는 것으로 지역 국가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왕 주임과 조 장관의 발언 내용은 과거 회담과 마찬가지로 한중 교류·협력과 한반도 문제에 할애됐다. 이 가운데 다소 이질적인 '중거리 미사일' 문제가 회담 주제에 다뤄진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왕 주임이 올해 4월 미국이 남중국해에 면하고 대만해협과 가까운 필리핀 루손섬에 최신 중거리 미사일 체계 '타이폰'(Typhon)을 설치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분석한다.
타이폰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SM-6 신형 요격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1987년 미국과 구(舊)소련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체결했는데 미국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해당 조약에서 탈퇴한 이후 처음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타이폰을 배치했다.
미군과 필리핀군은 4∼6월 열린 양국 연례 합동 훈련 '발리카탄'과 '살락닙'에서 이 미사일 체계를 실제 활용했다.
중국은 타이폰이 자국을 겨냥했다고 보고 있으며 그간 미국과 필리핀에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여러 차례 철수를 요구했다.
이달에는 미군이 일본에 중·단거리 미사일 시스템 배치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은 절대적인 군사적 우위를 도모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한 군사력 배치를 고집하고 있다"며 "미국이 배치 계획을 포기하기를 촉구하고, 관련 국가(일본)가 미국의 진짜 목적을 똑똑히 인식해 군사·안보 영역에서 언행에 신중하기를 권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왕 주임의 전날 언급 역시 중거리 미사일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한국을 향해서도 일종의 '사전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 한미일 3각 협의체 등의 견제를 두고 중국은 '작은 울타리(小圈子·작은 그룹)를 만들어 대립을 조장한다'며 비난하는 한편 참여국들을 향해선 개별적으로 우려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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