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24일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만찬에서는 의정 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논란 등 민감 현안에 대한 논의가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상견례 성격에 의미를 두며, 90분간 “화기애애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추가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고, 일부 참석자들이 정반대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대통령실 내에선 당혹감이 흘러나온다. 당정화합에 무게를 실으려던 대통령실은 한 대표 측의 반응에 섭섭함도 분출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일 만찬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어제 한 대표가 아니라, 국민을 보고 (지도부를) 만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만나려고 했고, 풀려고 손을 내밀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일 만찬 관련 분위기를 전하며 화합, 화기애애를 강조했다. 2025년 의대 증원 유예안부터 독대 논란까지 여러차례 제기된 윤한 갈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으로도 보였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챙기는 모습을 세세하게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취향을 고려해 음식도 챙겼다고 한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술을 마시지 않는 한동훈 대표를 고려해 만찬주 대신 오미자차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어요”라고 메뉴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커피를 권하며 “우리 한 대표는 뭐 드실래요?”라고 묻기도 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감기 기운을 걱정하자 윤 대통령이 “차가운 음료를 좋아한다”고도 한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산책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한 대표도 대화 중간 중간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만찬 직후 한 대표 측으로부터 국민의힘 참석자 측에서는 반대 분위기를 전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일부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내내 말해서 한 대표는 발언권도 없었다”, “건배도 없었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대화할만한 분위기도 전혀 아녔다”고 했다.

한 대표 측의 이같은 반응이 나오자 대통령실 내에서는 당혹감과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대해서도 “이것을 왜 언론을 통해 알리냐”며 “언론플레이로 이용당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냐”는 것이다.

전일 한 대표는 산책이 끝나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거듭 독대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어 한 대표는 이런 요청 사실을 미리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이 관계자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고위 관계자는 즉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대통령은 “초선의원들과는 식사를 했는데, 다음에는 재선, 삼선 의원들과도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