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된 유명인이 책 읽어주기도
“AI 덕에 사망 후 수익 늘수도”
윤리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감자’
영화 '이유없는 반항' 속 배우 제임스 딘(왼쪽)과 나탈리 우드. [IMDB]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월드와이드 XR 설립사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래비스 클로이드는 현재 제작 중인 영화 ‘리턴 투 에덴’에 유명 할리우드 배우 고(故) 제임스 딘을 캐스팅했다. 월드와이드 XR은 딘의 지적 재산권(IP)를 획득한 뒤 인공지능(AI) 기반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배우의 얼굴을 만들고, 원래 목소리를 입힐 예정이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I 기술의 발달로 고인이 된 유명 인사들의 저작권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클로이드 CEO는 블룸버그에 “이제 사망한 배우를 고용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됐다. 비슷한 배우를 캐스팅하거나 기술 발달로 디지털 인간을 만들 수 있다”며 “향후 5년 동안 AI가 유명인 재산의 주 수입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음반이나 영화와 같은 콘텐츠 외에도 음성, 얼굴 등 다양한 요소들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성 복제 AI 스타트업 일레븐랩스 소개글. [일레븐랩스 홈페이지] |
사망한 유명인의 음성을 재현하는 AI 플랫폼도 등장했다. 음성 AI를 다루는 스타트업 ‘일레븐랩스’는 제임스 딘, 로렌스 올리비에, 주디 갈랜드와 같은 유명 배우의 AI 목소리를 제공하는 어플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어플은 전자책을 비롯해 문자 메세지, 뉴스 기사를 포함한 모든 문자를 유명인의 AI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블룸버그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이었던 배우 주디 갈랜드를 언급하며 “사용자가 원하면 갈랜드가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읽을 수도 있고, 보고서를 읽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살아있는 유명인보다 사망한 유명인이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도 커졌다. IP 전문 변호가 마크 로슬러는 “과거 유명인이 사망하면 IP 수익만 남게 됐는데, 보통 이 수익은 유명인 사망 후 연평균 10% 감소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AI 기술로 IP 용도가 다양해지면서 사망 후 수익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AI가 부활시키는 유명인을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올해 개봉한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경우 2020년 세상을 떠난 배우 이안 홈이 등장하자 영화 비평가들이 비난이 속출했다. 이안 홈은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반지의 제왕’ 등에 출연한 영국 유명 배우다.
영화 '에어리언 1'에 출연한 배우 이안 홈(오른쪽). [에어리언1 공식 스틸컷] |
에어리언 제작진은 미망인 쇼피 데 스템펠, 자녀의 동의를 구하고 이안 홈의 얼굴, 목소리 등을 AI 기술로 복원해 루크라는 새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홈은 1979년 개봉한 ‘에이리언’에서 악역 ‘애쉬’ 역을 맡은 바 있다. 블룸버그는 “가족 동의에도 불구하고 AI를 둘러싼 윤리적 논쟁을 가라앉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엔터 업계 관계자인 제프 잼폴은 “AI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과 같은 유행”이라며 “다음에는 또 다른 것이 있을 것이다. 엔터 업계에는 수십 년 동안 몇 가지 흐름이 오고 갔다”고 지적했다. 잼폴은 유명인의 지적 재산권이 쉽게 소비되고 가치가 상실한다며 “그들의 말, 그들의 살았던 방식, 그들의 모든 것은 그들의 유간이다. 그걸 바꿀 순 없다”고 비판했다.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AI를 활용한 유명인 IP 사업은 활발해질 전망이다. 당장 내년에는 세계적인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AI 공연이 영국 런던에서 있을 예정이다. 해당 공연을 기획한 앤드류 맥기네스 레이어드 리얼리티 CEO는 “이 공연은 실제 공연, 얼굴 움직임, 음성에 기반한 것”이라며 “프레슬리의 생전 공연과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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