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서진 건물을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아내와 세 딸을 한꺼번에 잃은 아버지의 사연에 우크라이나 전역이 슬픔에 잠겼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야로슬라프 바질레비치는 이날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아내와 세 딸을 한꺼번에 잃었다. 그의 아내 예브헤냐와 세 딸 야리나(21), 다리나(18), 에밀리아(7)는 집안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주택 건물 계단에 대피해있었지만, 참변을 당했다.

야로슬라프는 미사일이 건물에 날아든 순간 가족들을 위해 물을 가지러 잠시 집안에 들어가 있어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한 공습 현장 사진에는 야로슬라프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구급대원들에 의해 옮겨지는 아내와 딸들의 시신을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보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공습으로 르비우에서는 바질레비치 가족 4명을 포함해 7명이 숨지고 60명 넘게 다쳤다.

한순간에 아버지 홀로 남은 이들 가족의 사연에 르비우 지역 사회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이 슬픔에 잠겼다.

안드리 사도비 르비우 시장은 숨진 큰딸 야리나가 르비우 시청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면서 애도했다.

둘째 딸인 다리나는 르비우 시내의 우크라이나 가톨릭 대학에서 우크라이나 문화를 전공하는 장학생으로, 올해 2학년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측은 성명을 내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상실"이라면서 "무고한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해, 이들의 아버지 야로슬라프를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르비우는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들이 전쟁 피란처로도 찾을 만큼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곳이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후방 도시인 르비우에는 전쟁을 피해 온 피란민 수만 명이 현재 머물고 있다.

르비우 공습 전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폴타바의 군 교육시설을 공습하는 등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폴타바에서는 러시아의 공습으로 최소 53명이 숨지고 271명이 다쳐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