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본토 급습, 비밀 유지가 성공 비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평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압박하기 위해 최근 차지한 러시아 영토를 무기한 점령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 NBC 방송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달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를 기습해 차지한 영토에 대해 “지금은 그것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달 6일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로 진격한 뒤 한 달 가까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 영토 약 1300㎢를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사실 그들의 땅이 필요 없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삶의 방식을 그곳으로 가져가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한 ‘승리 계획’의 핵심이기 때문에 점령한 영토를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 파트너들에게 관련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연 기자회견에서도 종전을 위한 청사진을 미국에 전달하기로 했다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급습과 같은 군사적 전략도 청사진에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달 6일 기습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공격’이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 작전에 대해 아는 사람의 범위를 최대한 줄였다”며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도 이를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해당 계획을 몰랐지만 “그것은 신뢰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계획을 비밀에 부친 것이 작전의 “성공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더 많은 러시아 영토를 점령할지 여부에 대해선 “그것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며 “내 생각에는 그 (점령) 성공은 놀라움에 가깝다”고 답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본토 기습의 목표 중 하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등 약 970km에 달하는 전선에서 군대를 철수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6만여 병력을 우크라이나에서 쿠르스크로 재배치했지만, 포크로우스크에서는 러시아 병력이 크게 감소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포크로우스크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로와 철도가 지나가는 동부전선의 병참 핵심지로, 최근 러시아군이 이곳을 향해 빠르게 진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오는 11월로 예정된 2차 평화회의에 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는 국제 회의체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 측 없이 이 전쟁을 외교적으로 끝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 당국자들은 쿠르스크주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기습 이후 평화 협상은 이미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한다고 N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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