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관론에 경기 둔화 우려 겹쳐
국내 증시, 장초반 2600선 무너져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일일 시가총액 손실을 기록했다. AI 열풍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 법무부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나선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섰다. ▶관련기사 3·4면
미 경기 둔화 우려에 엔비디아 충격이 더해지며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국내 증시도 장 초반 2600선이 무너지며 약세로 출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9.5% 폭락한 108달러에 마감하면서 하루 새 시총이 2789억달러(약 374조원)이 증발했다. 해당 금액은 다우존스 시장 데이터 기준 역대 최고 일일 시총 손실이라고 WSJ은 전했다.
최근 경기 지표가 악화하자 AI 열풍이 과열됐다는 비관론이 다시 확산됐다. 마이클 쳄발레스트 JP모건자산운용 시장·투자전략 책임자는 “AI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이상 AI 지출은 정당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 놀테 머피앤실베스트웰스매니지먼트 시장 전략가는 “AI가 경제 전반에 걸쳐 확산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지출에 따른 성과에 대해 여전히 큰 의문이다. 1990년대 닷컴 버블을 생각해본다면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가 최종 승자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 정부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하며 주가를 더욱 끌어내렸다.
블룸버그는 미 법무부가 엔비디아와 일부 기업들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 대한 소환장을 보냈다고 이날 보도했다. 소환장은 특정인에게 증거 제출이나 출석을 명령하는 공식적인 문서다. 소식통들은 “소환장을 송부함으로써 법무부의 조사는 정식 고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엔비디아가 기업들이 다른 AI 칩 공급업체로 바꾸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자사의 AI 칩을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4월 7억달러에 인수한 스타트업 런콜론AI(Run:ai) 인수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런콜론AI는 AI를 관리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으며 해당 인수로 인해 시장이 엔비디아 칩을 벗어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증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재점화하고 엔비디아 등 빅테크 투매가 발생하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51%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12%, 나스닥지수는 3.26% 떨어졌다.
이날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미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GDP 나우’는 3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 2.0%로 제시해 이전보다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 증시도 4일 급락세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코스피는 전장 대비 2.8% 하락하며 2590선까지 밀렸고, 코스닥지수는 2.9% 떨어지며 730대로 내려앉았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