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이탈표 방어전 ‘성공’
25만원-취약층 전기료 지원 두고
韓대표와 대립각, 절충점 도출해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10건의 거부권 행사, 7번의 필리버스터, 7번의 탄핵안 발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추 원내대표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은 10건의 거부권 행사, 더불어민주당은 7번의 탄핵안을 발의하며 ‘정부 대 야당’ 구도가 이어지는 듯 했으나 그는 7차례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며 소수여당의 존재감을 확보했다는 호평을 받는다. 다만 ‘투톱’ 한동훈 대표와 관계설정은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추 원내대표는 5월 9일 당선인 총회에서 102표 중 70표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추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꽃길이라면 나서지 않았다. 독배라도 마셔 상황을 타개하고 싶은 심정으로 출마했다”며 “108명이 똘똘 뭉쳐서 가자”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이탈표 단속’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총선 낙선자와 낙천자의 이탈표가 변수였던 상황에서 추 원내대표는 직전 윤재옥 원내지도부까지 동원해 설득 작업에 나섰다. 그 결과 채상병 특검법은 폐기됐고 국민의힘은 방어전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거대 야당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포함해 21대 국회 때 폐기됐던 채상병 특검법, 노란봉투법 등을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택했다. 추 원내대표는 김용태, 박수민 의원 등 장시간 토론에 나선 이들을 격려하고 의원의 참여를 강조하는 등 상황을 진두지휘했다고 복수 의원은 전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 맞설 방법은 강경대응 뿐이었다”며 “총선 직후 무기력했던 당에 활력을 불어넣은 측면도 있고 ‘웰빙정당’ 이미지를 타파하는 데 기여했다”고 봤다. TK지역 의원은 “소수당이면 장외투쟁을 택할 수도 있었는데 국회 밖이 아닌 안에서 싸운 것은 최소한의 ‘의회정치’를 지키기 위한 추 원내대표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당내 ‘경제통’으로 불린다. 윤석열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그는 윤석열 정부의 세제정책 등 구상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장관 시절 여당 의원 공부모임인 국민공감 특강에 연사로 참여해 “세수부족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도 “이것 때문에 추경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는 등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다만 ▷한동훈 대표와 관계설정 ▷풀리지 않는 여야 대립상황은 풀리지 않는 과제다. 추 원내대표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취약계층 전기료 지원 등을 두고 한 대표와 몇 차례 논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원내대표는 ‘한국전기공사가 자본잠식에 내몰린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전기료를 추가 지원하는 것은 무리’라는 취지로 한 대표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는데 한 대표는 직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에너지바우처를 활용해 취약계층 전기료 부담을 0원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추 원내대표가 불참인 상황에서 발표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불편함의 표시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지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관련해서도 추 원내대표는 ‘결사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한 대표는 측근에게 선별적으로라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휴전’을 제안하며 8월 임시국회에서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하자고 했지만 이 또한 미지수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구하라법 ▷전세사기특별법 ▷간호사법 등을 처리하기로 협의했지만 각종 청문회를 앞두고 있어 불투명한 상황이다. 26일에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는데 극한 대립이 예고된다.
원내지도부 의원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당대표에 재신임되고 나면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목적으로 영수회담과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다시 제안하지 않을까 싶다”며 “추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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