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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파람·방울소리에 ‘흠칫’…‘샤먼:귀신전’ 제작진 “‘파묘’보다 우리가 먼저”
티빙 오리지널 다큐 ‘샤먼’ 제작 뒷이야기
실제 상황…너무 리얼해 ‘재현같다’ 지적도
방울소리 탓에 편집하다 항의 받아 ‘당황’
‘샤먼 : 귀신전’ 방영분 스틸컷[티빙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난해 10월에 편집을 마무리하고 그 뒤로 건드린 게 없어요. 영화 ‘파묘’보다 저희가 먼저예요. 무당이 휘파람 부는 거 따라하지 않았어요.(웃음)”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 귀신전’의 제작진(오정요 작가, 허진CP, 박민혁PD, 이민수PD)은 “2022년도부터 제작에 들어간 작품인데 당초 지난해 말에 선보이려다 올해 2월로 한 번 밀렸고, 결국 이번 달 11일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박 PD는 “오컬트가 이렇게까지 터질 줄은 몰랐다. 파묘가 그렇게 흥행할지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달 11일 첫선을 보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샤먼:귀신전’(이하 ‘샤먼’)은 무당과 신점, 귀신 등 국내 샤머니즘을 탐색하는 다큐멘터리다.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일정한 의식을 거처 그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무속인들의 활약을 낱낱이 보여줘 화제가 되고 있다.

박PD는 “저희의 기획 취지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하자였다”며 “무속 현상들이 나름의 전통과 학문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이런 걸 재미있게 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CP는 “샤먼에 대해서 저희가 답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 전의 많은 프로그램들이 답을 내려보기 위해 달렸던 것 같은데, 저희는 그냥 현상을 해석을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오 작가도 “이 프로그램 시작한다고 할 때 모든 제작진이 주변 가까운 사람들한테 받은 질문이 ‘그래서 용한 무당이 누구야?’였다. 무속이 하위 문화에서만 소비되는 콘텐츠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미래에 대한 궁금증, 숨겨져 있는 욕망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큰 분야인 거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건드리면 됐다”고 설명했다.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귀신전’의 연출자 이민수PD(왼쪽부터), 박민혁PD, 이동희 콘텐츠사업본부장, 오정요 작가, 허진CP. [티빙 제공]

제작진은 ‘샤먼 : 귀신전’은 100% 실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허 CP는 “연출이 하나라도 들어가 있으면 이 프로그램은 차별성이 없다”며 “연출이 들어간 것이 있느냐고 PD들에게 물었지만, 다들 ‘정말 모든 걸 걸고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작진들은 ‘샤먼’ 제작을 위해 50여명의 제보자 사연을 듣고, 귀신 현상을 실제로 겪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모두 거쳤다. 이를 통해 7명의 제보자를 걸렀다. 또 무속인 6명과 전문가 10여명을 만나 다각도로 귀신과 무속을 탐구했다.

귀신을 믿지 않던 제작진이 오히려 촬영 과정에서 ‘이쯤 되면 귀신은 꼭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설득되기도 했다. 박 PD는 “무속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기도하면서 보낸다. 정성이 대단하다. 그러니 ‘귀신이 있구나가’ 아니라, ‘이렇게 까지 하는데 귀신과 신은 있어야 해’ 이런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제작진들은 심지어는 혹시라도 동티(귀신을 화나게 해 받는 재앙 중 하나)가 나지 않을까 해서 귀신이 싫어하는 과일인 복숭아를 열심히 먹거나 굿이 끝나고 무당이 찢어서 주는 천을 고이 간직했다고 털어놨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무당과 사례자들은 실명과 얼굴을 드러낸다. 분명 쉽지 않았을 섭외 과정에 대해 이 PD는 “섭외가 이뤄지다가 갑자기 취소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남고 남은 분이 출연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샤먼 : 귀신전’ 프레젠터로 출연한 배우 유지태(왼쪽)와 옥자연[티빙 제공]

그러면서 “저희가 신경 쓴 부분은 너무 확신에 찬 분 보다는 무속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귀신에 시달리는 분 위주로 섭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작가는 “(출연자 섭외시) 표현력을 가장 우선순위에 뒀다.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진지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가였다”고 전했다. ‘샤먼’에서는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각 출연자가 겪은 귀신 현상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표현하는데, 자신이 겪은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CG로 구현해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촬영을 마치고 편집하는 동안엔 방울소리가 의외의 복병이 됐다.

허 CP는 “계속 편집실 주변에서 방울소리가 들리니까 방송국의 다른 분들이 무섭다고 항의가 들어왔다. 막상 저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편집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은근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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