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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사 이끈 힘의 논리, 그 동인은 ‘돈’이었다
돈되면 뭐든 하는 인간, 세계사 주요흐름
이권따라 움직이는 국제사회 현실 직시 촉구
돈의 관점으로 명분·위선 걷어낸 진짜 역사
역사는 돈이다/ 강승준 지음/ 잇콘

세상을 움직인 것은 언제나 돈이었다. 숭고한 신앙심, 국왕에 대한 충성, 신성한 혁명으로 포장됐을 뿐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 뒤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돈에 대한 이해타산이 깔려 있었다. 인간은 돈이 되면 뭐든 다 했다.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한 배경에는 교회세를 상납받아 날로 어려워지는 국가재정을 개선해 보려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의도가 숨겨있었다.

14세기에 일어난 아비뇽 유수는 프랑스의 필리프 4세가 교회세를 교황청에 보내지 않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신의 뜻을 내세운 십자군 전쟁 뒤에는 전쟁으로 빼앗은 땅을 나눠주겠다는 교황의 약속이 전제됐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프랑스 대혁명은 불공정한 과세에 대한 불만 때문에 시작됐고, 노예 해방을 외친 미국의 남북전쟁도 값싼 노동력인 흑인 노예들에 대한 경제적 입장 차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강승준 한국은행 감사는 그의 신간 ‘역사는 돈이다’에서 세계사는 냉혹하게 흘러왔고, 그 기저에 가장 큰 동인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돈이라고 주장한다.

돈으로 인간사를 바라봐야 진짜 실체를 둘러싼 인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에 걸쳐 일어난 역사적 주요 사건을 돈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인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분석으로 가득하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현실판 세계사’다.

예컨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종교 문제가 원인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역시나 돈이 있다.

기원전 6세기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난 유대인은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기독교가 이자를 주고받는 것을 죄악시한 덕분이다. 사실 말이 좋아 ‘금융’이지, 극악무도한 이자를 받는 ‘돈놀이’였다. 유대인에게 돈을 빚지기 시작한 기독교인들과 군주들은 그들에게 적개심을 품었다. 이는 19세기 프랑스를 반반으로 갈라놓았던 드레퓌스 사건으로 이어졌고, 본격적인 시오니즘(유대인이 조상의 땅인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 민족주의 운동)을 촉발시켰다.

저자의 시선은 한국으로도 향한다. 우선 그는 우리나라가 분단의 희생양이 된 배경으로, 세상의 막대한 돈과 막강한 권력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지 못했던 조선 권력자들의 무능을 지적한다.

당시 러시아의 남하 정책은 서구 열강들을 긴장시켰고, 결국 영국은 1885년 4월 거문도 사건을 일으켰다. 그런데 조선 조정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그렇게 제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허약체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여기서 고종은 한 술 더 뜬다. 1885년 10월 을미사변이 일어난 후 신변에 위협을 느끼자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을 한 것(아관파천)이다. 이 기간 러시아는 물론 일본과 미국 모두 조선의 이권을 다 빼앗아갔다. 당시에도 세계의 각 나라가 명분상 대의를 말했지만, 결국 자국의 이익에 따른 냉혹한 현실적 판단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했다.

그는 “의도치 않게 이웃 나라의 침략을 받고, 의도치 않게 나라를 빼앗기고, 의도치 않게 나라가 분단국가가 된 대한민국은 지금도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다”며 “거대한 돈의 역사에서 희생되지 않으려면 왜 우리가 이렇게 당하며 살아야 했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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