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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공연, 페치카] 예술가의 아내 구미꼬김 “돈요? 안되죠…그래도 의미있는 일이잖아요”
랑코리아 이끄는 팝페라 가수 부부
주세페김·구미꼬김 커플 인터뷰
6월6일 현충일 뮤지컬 페치카 공연
호국보훈의 달 맞은 특별한 공연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
공연티켓 조기 매진 등 시민 호응
주세페김 “대한민국 혼 살아있다”

최근 헤럴드미디어를 찾은 주세페김(왼쪽)과 구미꼬김 부부. 팝페라 가수이자 예술가인 이들 커플은 K문화독립군을 설립하면서 독립운동가의 삶을 다룬 뮤지컬 〈페치카〉 공연을 통해 우리의 혼이 담긴 역사를 후대에 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돈은 안되지만, 누군가가 해야할 의미있는 일이라며 그곳에서 보람을 찾는 애국자 커플이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매번 돈 안되는 일만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의미있는 일이잖아요?”(팝페라 가수 구미꼬김)

헤럴드미디어에 최근 두 사람이 내방했는데, 이름이 독특하다. 한 분은 주세페김이었고, 다른 한 분은 구미꼬김이다. 부부란다. 둘다 팝페라 가수다. 아내인 구미꼬김의 이같은 말에 남편 주세페김이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주세페김과 구미꼬김은 열악한 공연제작 환경 속에서도 독립운동가의 삶을 다룬 뮤지컬 〈페치카〉를 통해 우리의 혼이 담긴 역사를 후대에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페치카(러시아 말로 난로)는 러시아에서 드라마틱한 삶을 살고 독립운동에 매진했으며, ‘영웅’ 안중근 의사의 항일 거사를 지원한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와 함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대형 뮤지컬이다. 아내의 멘트에선 세상에 상업적 예술도 많은데, 굳이 돈 안되는 애국 뮤지컬에만 힘을 써온 남편에 대한 농 섞인 핀잔을 던지면서도 한켠에선 숨길 수 없는 남편에 대한 자랑이 묻어나온다.

예술감독이기도 한 주세페김(이하 감독으로 지칭)과 성악가 구미꼬김(이하 성악가로 지칭)은 함께 K문화독립군을 설립했다. 이를 영어로는 ‘K-Value Creators’로 칭했다. 문화독립군이라는 말에 ‘independent(독립적인)’를 써야 하지만, 그보다는 독립운동가들이 불어넣어준 대한민국의 가치를 재창조하자는 뜻에서 이렇게 영문이름으로 했단다.

“한국적 정체성을 갖고 문화와 정신적 가치를 창의적으로 확고히 하려는 예술혼을 담았다”는 주세페김 감독의 말에선 자긍심이 엿보인다.

K문화독립군은 매년 국가보훈부, 시도교육청, 한국문화원연합회과 연계해 K문화독립군 다짐공모전을 5년째 진행 중이다. 말도 안되는 작은 예산이라 예정된 고행의 길이지만 조건없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며 침략과 망국의 뼈아픈 역사적 교훈을 보훈문화로 승화시키고 일제식민잔재를 청산하고자 기꺼이 봉사하고 있다고 부부는 말한다. 이들은 특히 공연단 랑코리아(대표 박성진)를 통해 학교나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 뮤지컬 페치카 공연을 하면서 학생들의 무대체험 활동을 병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부는 “예산이 빠듯해 많은 곳에 찾아갈 수 없는 현실에 아쉬움이 크지만 제자뻘 되는 랑코리아 단원들이 조건없이 하나가 되어주기에 힘이 다시 솟고 예술가의 시대적 사명감이 발동한다”고 했다.

관객의 심금을 울린 뮤지컬 페치카의 한 장면.

이 부부가 주도하는 뮤지컬 페치카가 오는 6일 현충일을 맞아 성남아트센터에서 기획공연으로 오른다. 호국보훈의 달 시민들의 애국심이 통했을까, 아니면 오랫동안 페치카의 가치를 관객에 전달해온 랑코리아의 진심이 전달됐을까. 공연티켓은 하루만에 매진됐다.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랑코리아 측은 “호국보훈의 도시를 표방하는 성남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착한 가격 1만원으로 기획한 효과가 큰 것 같다”며 “그 외에 독립운동 관련 뮤지컬이 이렇게 매진된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의식있는 관객들이 많다는 증거는 아닐까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페치카 공연의 예술감독을 맡은 주세페김은 6월 6일이 현충일이기도 하지만 일제 매국노들의 반민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설치되었던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습격을 당해 일제식민잔재 청산이 좌절된 통한의 날이기도 하기에 이번 현충일 공연은 어느때 공연보다도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성남을 대표하는 창작 K뮤지컬 페치카

뮤지컬 페치카는 팝페라 가수로 활동하는 듀오아임(주세페김·구미꼬김)의 인문적 공연활동이 모태가 돼 창작된 작품이다. 이탈리아 유학파 성악가인 이들은 2010년께부터 한국과 세계의 인문적 소재를 직접 노래로 작곡해 공연하는 특화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주세페김은 작곡과 편곡을 맡았고 총감독 겸 주인공 최재형의 배역까지 맡는 다재다능한 멀티플레이어다. 구미꼬김 성악가는 한일 다문화가정에서 성장한 소프라노다. 구미꼬김은 어린시절 겪은 한일 정체성의 혼란을 인문학적 노래 공연활동을 통해 치유 받았다고 한다. 그의 대표곡은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옥중전언을 노래로 만든 ‘아들아 아들아’로, 뮤지컬 페치카 관객들에게 눈물의 감동을 선사한다.

듀오아임은 성남에서 전문예술단체 랑코리아와 사단법인 K문화독립군을 설립해 2019년 3·1만세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독립운동 뮤지컬 페치카를 KBS홀, 세종문화회관, 경기도문화의전당, 성남아트센터 등에서 공연했다. 코로나 위기에도 강원도교육청의 기획으로 원주, 강릉, 춘천에서 학생들 대상의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뮤지컬 페치카는 듀오아임 인문학 K팝페라 10년 활동의 결실이라는 평가다.

▶배우 김성녀, 고려인 이주 160주년 디아스포라 삶 증언

뮤지컬 페치카에는 김성녀 배우가 1990년대까지 생존했던 상해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장관) 최재형의 다섯째딸 올가 역으로 초연때부터 출연해 왔다. 아버지 최재형의 어린시절 자수성가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지원 그리고 3·1만세운동과 임시정부 수립까지의 마치 소설 같은 역사실화를 증언하며 음악극을 전개한다. ‘페치카’는 러시아풍 ‘난로’로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선생(1860~1921)의 별명이기도 하다. 페치카는 최재형 선생이 고려인 동포들과 독립운동가들을 따뜻한 난로처럼 품었기에 생겨난 별명이라고 한다.

공연계는 뮤지컬 페치카가 돈이 화두인 요즘 기업가의 돈 버는 법, 돈 쓰는 법을 뛰어넘어 노블레스 오블리제와 한 아버지의 희생과 휴머니즘 정신을 감동적으로 담았다고 평가한다. 특히 고려인 이주 160주년인 지금도 사회적 과제로 남아있는 고려인 디아스포라와 일제식민잔재 청산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작품으로 공감대가 높다.

뮤지컬 페치카의 주요 노래는 시인 이상백, 정희성, 이윤옥 그리고 러시아 대문호 푸시킨의 시를 노랫말로 해 주세페김이 작곡해 한국문학의 진수와 러시아적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함께 공연하는 김성녀 배우는 “가장 감동스러운 부분은 주세페김이 작곡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들”이라며 “아무런 장식없이 순백의 영혼처럼 느껴지는 이 부부의 노래는 시를 낭송하듯이 절절하고 고귀했다”고 표현했다.

뮤지컬 페치카 등장 인물들이 모인 한 장면.

▶“지금도 열강의 천동설에 사로잡힌 역사, 안돼”

주세페김 감독은 “예술감독으로서 많은 자료를 찾아보며 교차검증을 하며 역사를 공부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뮤지컬 페치카의 내용에 각색도 가능하고 지속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공연에서는 안중근의 〈장부가〉 노래를 추가했다. 이번 공연에는 하얼빈으로 떠나는 〈출정가〉 노래가 추가로 작곡돼 초연된다. 앞으로도 연해주에서 권업신문 주필을 지낸 단재 신채호 선생과 권업회 부회장으로 활동한 홍범도 장군의 내용도 추가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역사공부를 하면 할수록 메카시즘적 구시대 이념에 빠져 퇴행된 모습이 많이 보여 마음이 괴롭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학계 조차 왜곡에 눈감고 올바른 소리를 못내는 지성의 수준이 아직도 마치 천동설의 세계에 머무는 듯하다고 일침한다. 스마트 시대에 쉽게 검색되는 역사적 지식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정작 지성적 분별력이 없다면 사회와 국가에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그는 동시에 우려한다.

한편 뮤지컬 페치카 배우들은 지난 3·1절 정부기념식에서 독립선언서 낭독을 해 방송으로 기념식을 시청한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후 배우들의 결속력과 자긍심이 커져 희망의 에너지가 충전되었다고 한다. 주세페김 감독은 8월 15일 광복절에 태어난 최재형 선생과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을 선양하는데 앞으로 K문화독립군으로서의 랑코리아와 듀오아임의 행보를 주목해달라고 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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