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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도호 ‘천으로 만든 집’, 내년 5월 英 테이트모던 선다
서도호 작품 ‘계단’. [네덜란드 보르린덴 뮤지엄]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영국 런던의 템스강 남쪽 변에 자리 잡고 있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인 이곳에서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한국 설치작가 서도호(62)의 단독 전시가 열린다.

현대자동차 럭셔리 브랜드명을 딴 ‘제네시스전(展)’(The Genesis Exhibition) 전시명으로 열리는 서도호 개인전은 내년 5월 1일부터 10월 26일까지 반년 여간 진행된다. 지난 30여 년간 작가가 천착한 작업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과 함께, 신작이 공개될 예정이다. 테이트 모던은 한 해 방문객이 약 474만 명(2023년 기준)에 달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이다. 이번 전시는 특정 작가를 집중적으로 연구조사해 조명하는 테이트 모던의 서베이 전시 성격을 띤다.

‘천으로 집 짓는 남자’로 불리는 서도호는 미술계 한류를 이끄는 작가로 꼽힌다. 그의 작업세계를 대표하는 특징은 천을 꿰매 만든 이동 가능한 집이다. 그는 인간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작업한 집을 통해 구체화한다. 결국 공간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인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집을 천으로 표현한 대형 설치작품을 비롯해 조각, 비디오, 드로잉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서도호 작가. [헤럴드DB]

테이트 모던 측은 “런던에 기반을 둔 한국 작가 서도호가 관람객들을 매혹적인 세계로 초대할 것”이라며 “한 개인의 소속감, 집단성과 개성, 연결과 단절을 탐구하는 작가의 작품은 시의적절한 물음을 던지고 건축과 기억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살펴본다”고 전했다. 그의 전시는 테이트 리서치센터 국제미술 수석 기획자인 나빌라 압델 나비와 보조 기획자 디나 아크마데바 맡았다.

서도호는 자신이 실제로 머물렀던 집을 실제 크기로 만들어 전시장에 가져온다. 폴리에스터 천이나 여름용 한복을 지을 때 쓰는 은조사를 한땀 한땀 바느질해 지은 서울 성북동 고향집이 대표적이다. 작가가 어렸을 적 가족과 함께 살았던 공간으로, 수묵화계의 거장인 아버지 산정(山丁) 서세옥 화백이 창덕궁 연경당을 본떠 만든 한옥이다. 무엇보다 한지처럼 반투명한 천의 은은한 겹침과 손바늘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이 돋보이는데, 이는 서도호의 집에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옷의 재료인 천으로 만든 집이라는 점에서도 집이 가진 의미를 다채롭게 확장시킨다. “건축은 옷의 확장판”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는 해외 유학 시절에 머물렀던 공간도 작품화했다. 특히 뉴욕에 머물면서 지낸 아파트를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실제 공간을 다시 찾아 실측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그가 만든 공간에는 계단, 복도, 주방, 변기 등 공간의 디테일이 섬세하게 살아났다. 이후 그는 ‘집 속의 집’이라는 새로운 개념적인 아이디어도 3차원 세계로 구현해냈다. 미국집 안에 한옥이 있는가 하면, 어디선가 날아온 한옥 한 채와 그로 인해 미국집이 박살나 있는 작품이 이를 보여준다.

현재 진행 중인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시에 설치돼 있는 서도호의 2000년작 ‘나/우리는 누구인가?(Who am we?)’. 이정아 기자.
작품 확대. 이정아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나/우리는 누구인가?(Who am we?)’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고등학교 졸업앨범 속 수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벽지로 구성한 작품이다.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참여작으로, 한국의 전형적인 교육 시스템 속에서 드러나는 익명의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산하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에선 대규모 전시 프로젝트 ‘현대 커미션’을 지원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는 한국 설치작가인 이미래(36)의 단독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테이트 모던에서 열리는 개인전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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