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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양군 비하 ‘피식대학’ 사과…지역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고 방송해야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경북 영양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뒤늦게 사과문을 올렸다.

지방을 도는 여행이나 지역 소개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면, 최소한 그 지역에 대한 공부는 하고 웃기는 내용을 첨가하는 게 상식이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애드립으로만 웃기려고 하다가 선을 넘게 되면서 사고가 난 것이다.

이에 따라 구독자 318만명을 보유했던 인기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구독취소가 이어졌다. 19일 현재 309만명으로 줄어들었다.

피식대학은 지난 11일 '메이드 인 경상도' 시리즈 중 하나로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출연자들은 음식에 대해 맛없다고 말하면서 시종 깔보고 조롱하는 말투로 비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피식대학은 코미디언 유튜브다. 얼마든지 웃길 수 있다. 아니, 웃겨야 한다.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말투가 지역과 그 속에 사는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 투는 안된다. 웃기는 것과 비하하는 것은 다르다.

이들은 영양 버스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사람이 없다. 오면서 본 사람이 20명도 안될 거다. 1만5천명 다 어디갔냐"고 말했고,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청기, 상청, 진보, 입암 등 안내 지명을 보고 "이런 지역을 들어본 적 있냐. 병원인줄 알았다. 여기 중국 아니냐"라고 했다.

그들이 말한 진보(청송)는 소설 ‘객주’를 쓴 김주영 소설가가 진보 장터 등지에서 놀던 어린 시절에, 보부상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소설 ‘객주’의 모티브를 얻은 곳이며, 입암(영양)에는 반변천과 동천이 흐르는 좋은 경치에 선바위와 남이포 등 아름다운 유적들이 많은 곳이다.

입암면에는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원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정원의 하나인 서석지가 무료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기도 하다.

또 인근의 석보면에 가면, 소설가 이문열의 선조인 석계 이시명 선생이 병자호란때 낙향해 학문연구와 후학을 양성에 힘쓴 두들마을의 석천서당과 석계고택, 이시명 선생의 아내인 정부인 장계향이 남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의 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왕피천 최상류인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에는 밤이 오면 반딧불이를 볼 수도 있다. 반딧불이 유충의 먹이인 다슬기가 점점 사라지면서 반딧불이도 개체수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전국에 몇 안되는 청정지역이다.

피식대학은 영양의 한 빵집에서 구입한 햄버거빵을 먹으면서 “여기 롯데리아가 없다 그랬거든. 젊은 아들이 햄버거 먹고 싶은데 이걸로 대신 묵는 거야. 이건 서울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어. 굳이 영양까지 와서 먹을 음식은 아냐. 부대찌개 같은 느낌이야”라고 비하하듯 말했다.

이어 마감이 지난 한 백반식당에 들러 "메뉴가 특색이 없다. 이것만 매일 먹으면 아까 그 햄버거가 꿀맛일 거야"라고 비꼬았다. 또한, 슈퍼에서 구입한 블루베리젤리를 먹으면서 “할머니 맛이야. 할머니 살을 뜯는 것 같다”라고 했다. 영양 지역의 한 하천에 와서는 “밑에서 보니까 똥물이네”라고 말했다.

블루베리 젤리를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다 "내가 공무원이면, 여기 발령 받으면…여기까지만 할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피식대학은 19일 사과문을 올렸다. 이들은 “피식대학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입니다. 5월 11일 피식대학 유튜브 채널에 올린 ‘메이드인 경상도, 경북 영양편’과 관련하여 사과 드립니다”라고 썼다.

이어 "여러분께서 질책해 주시는 부분들에 대해 반성의 자세로 모든 댓글을 삭제 없이 읽어 보았습니다. 신속한 사과가 중요함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번 일과 관련된 당사자 분들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직접 드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고, 또한 충분한 반성이 동반되지 않은 사과문을 통해 저희의 진심이 부족하게 전달되는 것이 걱정되어 숙고 끝에 오늘 사과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희의 미숙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메이드 인 경상도'는 이용주의 지역 정체성을 소재로 한 코미디 콘텐츠 입니다. 이용주 본인이 부산 사람이라고 주장함에 반해 실제 경상도인과의 대면에서 보이는 어수룩함과 위화감을 코미디로 풀어내는 게 기획의도 였습니다. 회차가 진행됨에 따라 경상도 여러 지역의 문물을 경험하는 내용이 추가되며 자연스럽게 지역 홍보적인 내용을 포함하게 되었고, 해당 지역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력에 대해 깊게 숙고하지 못했습니다"고 전했다.

이들은 "문제가 되었던 영양군 편은 지역의 명소가 많음에도 한적한 지역이라는 컨셉을 강조하여 촬영 했고 이에 따라 콘텐츠적인 재미를 가져오기 위해 무리한 표현들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솔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중국 같다‘, ‘특색이 없다’, ’똥 물 이네‘, ‘할머니 맛’ 등 지적해 주신 모든 언급사항에 대해, 코미디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태로 시청자 분들께 여과 없이 전달되었고 이 부분 변명의 여지 없이 모든 부분에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 드립니다"고 말했다.

또한 "먼저, 본 콘텐츠에서 직접적인 언급으로 피해를 겪으신 두 분의 사장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콘텐츠에서 직접 언급하여 문제가 된 제과점과 백반식당에 피식대학의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방문하여 사과를 드렸습니다. 제과점 사장님께 점내에서의 무례한 언행들과 배려 없는 맛 평가에 대해 깊게 사죄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사장님께서 먼저 동석하여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셨고 사장님께서 본인은 괜찮으시다며 넓은 아량으로 저희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 드리고 죄송합니다"라면서 "백반식당 사장님께도 저희의 무례함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 드리며 이번 일로 인해 저희의 부족함을 인지하게 되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에 사장님께서는 우리 모두 실수를 하는 사람이다, 첫 번째는 실수이지만 두 번째는 잘못이 되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질책과 함께 다독여주셨습니다. 두 사장님 모두 지금은 피해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추후 발생할 피해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습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두 번째로, 피해와 심려를 끼친 영양군민, 영양에서 근무하고 계신 공직자와 한국전력공사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마음의 상처를 드렸고 여지없이 죄송합니다. 영양군과 영양군의 특산품에 대해서도 경솔한 발언을 해 불쾌한 감정을 들게 했습니다. 영양군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시는 영양군 주민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라면서 "저희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영양군청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추후 어떤 형태로든 저희의 잘못을 바로잡을 방법을 찾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고 전했다.

이들은 "세번째로, 저희의 콘텐츠로 불쾌함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사과 드립니다. 코미디 채널로서 저희를 바라봐 주시고 재미있게 시청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께 불쾌함과 실망감을 전달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저희 피식대학은 코미디언입니다. 금번의 일을 계기로 코미디언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피식대학의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일로 피해를 겪으신 영양군 시민분들과 심려를 겪으신 구독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고 밝혔다.

피식대학은 '메이드인 경상도 영양군편'은 본 사과문 게재와 함께 비공개 처리한다고 밝혔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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