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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마다 직면하는 ‘국가적 위기’…중국의 대응 정책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중국 정치 최고 권위자 조영남 서울대 교수
신간 ‘중국의 위기 대응 정책’ 화제
[21세기북스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1978년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의 45년 역사에서 중국은 10년 주기로 ‘국가적 위기’를 맞이했다. 가장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위기론’이 앞다투어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은 안정적으로 위기를 대응해 냈다. 초기 발병을 제대로 잡지 못해 팬데믹으로 발전했던 위기상황을 ‘신속한 통제’로 전환하고 성공했다. 중국은 여전히 ‘G2’ 국가의 지위로 미국을 상대하고 있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09년 미국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기’(pivot to Asia)에 이어 10년 만에 마주한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중국의 위기 대응 정책의 관점으로 분석한 저서가 최근 출간됐다.

우리나라 중국 정치 분야 최고 권위자인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부원장이 최근 발간한 저서 『중국의 위기 대응 정책』이다.

조 부원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베이징대학(北京大學) 현대중국연구센터 객원연구원(1997~1998년), 난카이대학(南開大學) 정치학과 방문학자(2001~2002년),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방문학자(2006~2007년)를 역임했다.

조 부원장은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국제대학원 부원장으로 행정업무를 맡아오면서도 방대한 저서를 집필해 왔다. 『중국의 통치 체제 1·2』(2022년), 『중국의 엘리트 정치』(2019년)과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3부작 『개혁과 개방』·『파벌과 투쟁』·『톈안먼 사건』(2016년), Local People's Congresses in China (2009년) 등 모두 18권의 단독 학술서와 많은 학술 논문이 있다.

중국의 정치체계 시리즈를 집대성하는 가운데 18번째 저서로 ‘코로나와의 인민 전쟁’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조 부원장은 ‘학자로서의 책임감’을 꼽았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모두 이 감염병과 맞서 싸우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다. 정부의 방역 정책을 충실히 따르는 일은 기본이었다.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사람도 있었다. 희생자 가족과 방역 일선의 의료인을 돕기 위해 성금을 낸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중국 전문가로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또한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분석하는 일이다
-‘중국의 위기 대응 정책’ 서문 中

조 부원장은 책 서문에서 “자료 부족 등 악조건을 이겨내면서 중국의 감염병 대응을 분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이 책이 나 개인의 코로나 팬데믹 분투기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조영남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부원장. 임세준 기자

저서는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 세상에 나왔지만, 코로나19 발병부터 대응 정책이 나오는 순간마다 분석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반영했다. 코로나19가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이 저서는 ‘현재의 일’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는 이 고독한 학자가 보낸 3년간의 학술적 분투를 완성된 형태를 접하고 유영하기만 하면 된다.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는, 2002년 사스(SARs)에 이어 2019년 코로나19까지 중국의 감염병 대응의 성공 여부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까운 이웃인 한국에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이 책을 통해 사스 발생 이후 질병센터의 경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7억3000만 위안(한화 약 1270억원)을 투자한 중국이 왜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한 중국은 중앙이 전면에 나서며 ‘신속한 통제’에 성공한다. 인구 960만명(서울시 인구)의 우한시, 인구 2600만명(수도권 전체 인구)의 상하이시, 인구 5700만명(한국 인구보다 큰)의 후베이성 전체 봉쇄가 가능했다는 것은 단순하게 ‘도시를 막았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데올로기의 관점이 아니라 행정력과 능력이 가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도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조 부원장이 이끄는 대로 저서를 따라가다 보면 중국의 정책 결정 과정이 보이고,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 엄중한 국제정세에서 향후 중국은 또다시 국가적 위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고, 미래를 전망하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책 결정자는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익한 책이다. 학술서이지만 전공자가 아니라도 따라가기 쉽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경제유튜브 ‘삼프로TV’의 화제의 코너 ‘조영남의 중국통’ 시리즈에서 해박한 지식을 쉽게 풀어낸 저력은 이 책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중국 정치 체계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 저서가 ‘우리말’로 집필, 출간된 것은 일반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이다. ‘제대로’ 중국을 읽고 싶은 지적 호기심을 ‘차고 넘치게’ 충족할 수 있다.

“학자의 통찰력이 이래서 필요하다”며 유튜브 구독자들의 지적 환호성이 쏟아진 조 부원장의 신작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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