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스님 “종교, 재밌으면 MZ 열광”
지난달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CE)에서 열린 ‘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뉴진 스님’이 디제잉을 하고 있다. 뉴진 스님은 개그맨 윤성호의 부캐릭터다.[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 사무국 제공] |
“부처 핸썸~. 고통을 이겨내리, 극.락.왕.생!”
화려한 조명 아래 심장이 터질 듯 ‘쿵쿵’ 거리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음악 소리. DJ의 구호에 맞춰 젊은이들이 방방 뛰며 춤을 추는데, 그 구호가 심상치 않다. 극락왕생이라니.... 심지어 DJ 복장도 빡빡 민 머리에 승복(僧服)차림이다. DJ 이름도 외모에 걸맞게 ‘뉴진(New進) 스님’이다.
여느 클럽을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사실 지난달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2024서울국제불교문화박람회’의 현장이었다.
개그맨 윤성호의 부캐릭터인 뉴진 스님이 찬불가 위에 EDM을 입혀 불경 리믹스 디제잉 공연을 펼친 것이다. 뉴진 스님은 최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불교 또 나만 빼고 재밌는 거 하네’라는 밈(meme)을 유행시키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불교가 ‘힙(Hip)해지고’ 있다. ‘불교’ 하면 그간 조용한 절간에서 졸음이 올 듯한 불경 소리가 떠올랐지만, 지금은 뉴진 스님이 디제잉을 하는 EDM 불경 리믹스나 세계적인 스타인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여름 휴가지로 선택한 고즈넉한 사찰이 떠오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이면 템플스테이 할 때 흉내 냈던 ‘선명상’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종교의 종말’ 시대, 아이러니하게도 MZ세대는 불교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불교의 이 같은 ‘획기적인 변신’은 청년 포교에 대한 조계종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첨단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물질적 풍요로 인해 ‘기복 신앙(복을 기원하는 목적의 신앙)’으로서 종교의 의미가 퇴색됐고, 불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종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 특히 젊은 세대의 관심이 낮아지며 신도 수는 물론 출가자 수도 급감했다. 종단의 지속가능 여부에 대한 고민이 생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전언이다. 이에 조계종은 MZ세대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그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과감히 바꿨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은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만나 “종단의 수장이 모든 권위와 힘을 내려놓고 젊은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고자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한다”며 “불교가 재밌고, 나를 즐겁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 다양한 행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진우 스님은 각종 행사에서 MZ세대를 직접 만나 그들의 고민과 힘든 점을 듣고,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선명상을 전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뉴진 스님의 ‘EDM 난장’과 같이 불교를 가볍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불교계의 가장 큰 연중 행사인 올해 연등회에서도 MZ청년마당을 신설, 2030세대가 연등회를 전통 문화 행사로 즐길 수 있도록 장을 마련했다. 연등회가 불교 신자만이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국민 전통문화축제로 거듭나게 한다는 것이 조계종의 복안이다.
진우 스님은 “조만간 MZ세대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 불자들을 모아 신도 조직을 만들 예정”이라며 “(불교에 대한 MZ세대의 관심도가)올해 다르고, 내년엔 또 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소연 문화부장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