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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바쁜 바이올리니스트’ 하델리히 “무대에서야 말로 자유롭다” [인터뷰]
27일까지ㆍ서울시향과 협연, 실내악
“한국 올 때마다 친밀감ㆍ따뜻함 느껴”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022년 한국에 있을 때 생일을 맞은 적이 있어요. 서울시향의 몇몇 연주가들이 실내악 공연 직후 생일 축하곡을 연주해 줘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떠올라요.”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2023년 바흐트랙 선정)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40)는 해마다 한국을 찾는다. 2022년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돼 한국을 종종 찾았고, 지난해엔 루체른 심포니와의 협연으로 한국 관객과 만났다.

하델리히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있을 때마다 엄청난 친밀감과 따뜻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델리히가 일 년도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한국을 찾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4월 25~26일)과의 협연을 비롯해 실내악 공연(27일)까지 예정돼있어 일찌감치 입국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에 온 그는 24일엔 첫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그의 마스터클래스엔 청중 80명이 몰리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인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다섯 살에 바이올린을 잡은 이후 일곱 살에 데뷔 연주회를 연 영재 음악가다. 10대 시절엔 화재 사고로 한동안 연주를 중단하기도 했으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무대에 선 이후 미국, 유럽, 동아시아를 아우르며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21년엔 예일대 음대 교수로 임명됐다.

서울시향과의 협연에서 그는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연주하고, 실내악 연주에선 데이비드 랭의 ‘미스터리 소나타’ 중 ‘슬픔 이전’과 이자이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발라드를 연주한다.

그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색채와 질감, 성격이 모두 풍성한 작품”이라며 “두 가지 서로 다른 형식인 관현악적 교향시와 낭만적인 바이올린 협주곡을 하나의 작품으로 결합한 독보적인 바이올린 작품”이라고 했다.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악장의 도입부에서 바이올린 선율은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인간을 표현한 주인공 같고, 느린 악장은 굉장히 친밀하고 따스해요. 마지막 악장의 저역 현은 말 타는 듯한 리듬을 새기고 팀파니는 그와 대조되는 리듬을 연주하죠. 이 곡이 작곡된 직후 한 평론가는 ‘북극곰을 위한 폴로네즈’라고 부르며 농담했어요. 그는 스스로를 매우 재미있고 영리하다고 여겼을 게 분명해요.”

실내악 공연에선 하델리히의 색깔을 보다 짙게 만날 수 있다. “올해 연주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일부”를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위해 꺼냈다. 하델리히는 “대부분의 미국 음악은 미국 밖에서 잘 연주되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짤 때 미국 작곡가의 작품을 넣곤 한다”며 “데이비드 랭은 열정적이고 고통이 따른다. 끝없이 변화하다 침묵으로 끝맺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한 해 하델리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연주자였다. 그는 “가장 바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며 “지난해에 연주한 모든 공연이 너무 좋았고, 좋은 추억들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지금이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바쁜 연주자’이나, 음악의 길을 걸어온 모든 날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15년 전의 저는 지금처럼 많은 연주를 하지 않았고, (연주) 여행도 거의 하지 않았어요. 점점 바빠지면서 이 생활 방식을 감당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됐어요. 수많은 (연주) 여행과 레퍼토리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연이 특별하고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체계적인 준비와 훈련,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는 늘 자신의 인생을 “음악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하델리히의 음악엔 그가 느끼는 감정과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것이 음악가로의 목표이기도 하다.

“음악가로서 전 음악이 가진 감정과 서사를 전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연주를 마치고도 그런 표현들이 잘 전달 돼야 만족감을 느끼고요. 전 (제가 하는 일 중) 연주할 때 가장 잘한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서야 말로 가장 편안하고 자유로움을 느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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