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국선 아르기닌, 중동은 홍삼...‘활력증진’ 건기식 뜬다
아르기닌, 단백질 합성 필요한 아미노산
국내선 체력증진 목적 몇년새 소비 급증
중동 다크호스 홍삼, UAE서 관심 높아
K푸드 호감 힙입어 인기, 품목확대 나서

“주말엔 소파에 누워만 있었는데 이제는 가족과 나들이를 갑니다. 꾸벅꾸벅 졸던 출근길에서도 피로감이 덜 느껴집니다.” 서울 동작구 송모 씨(49)는 한 달 복용한 아르기닌 건강기능식품 후기를 이같이 전했다. 그는 “모두 아르기닌 덕분이라고 말하진 못하겠으나, 내 체질에는 잘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르기닌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에너지 보충 등 다양한 효능이 알려지면서다. 반면 중동 지역의 ‘아르기닌’은 한국의 홍삼이다. 국내서는 아르기닌이, 중동에선 홍삼이 활력 증진에 좋은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아르기닌은 단백질 합성에 사용되는 아미노산이다. 젊은 층에게는 주로 근육 운동 보조제로, 중장년층에게는 체력증진 목적으로 애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등의 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아르기닌의 총 생산액은 지난 2020년 8869만원에서 2022년 446억원으로 급증했다. 건기식을 비롯해 음료, 에너지바, 닭가슴살소스 등의 식품으로 무대는 넓어지고 있다.

국내 아르기닌의 인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인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건기식은 단연 홍삼이다. 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홍삼은 최근 5년간(2019~2023년) 건기식의 총 판매액 비중에서 1위를 지키며 ‘안방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건기식 총 판매액의 홍삼 비중은 18.8%다. 뒤를 이어 프로바이오틱스, 종합비타민 순이다. 수많은 건기식 종류가 등장하는 상황에서도 홍삼에 대한 한국인의 선호도는 여전히 높다.

한국에선 베스트셀러인 홍삼이 중동 지역에선 ‘신인급’이다. 인삼류는 지난해 전 세계로 2억7000만달러(약 3595억원)가 수출된 K-푸드 대표품목 중 하나다. 하지만 중동에선 아직 ‘낯선’ 건강식품이다. 한국 홍삼을 잘 아는 아시아와 다르다.

UAE 내 약국의 ‘정관장’ 전용 카운터에서 현지 약사가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인삼공사 제공]

홍삼 효능과 먹는 방법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으나 코로나19 이후엔 달라졌다. 특히 홍삼은 중동 남성들의 활력 증진제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인삼공사 관계자는 “홍삼이 남성의 활력 증진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최근 중년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희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수출부장은 “한국의 우수한 인삼원료를 기반으로 다양한 홍삼 제품이 개발됐고, 코로나19 확산 후 한국 인삼의 효능과 우수성에 대한 인지도가 중동에서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aT에 따르면 인삼류의 대(對)중동 지역 수출량은 지난 2019년 23.3t에서 지난해 106t으로 증가했다.

중동 지역 중 한국 인삼의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아랍에미리트(UAE)다. aT는 UAE를 한국 인삼의 신시장 개척지로 주목하고 있다. 인삼을 UAE 대표 수출 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도 펼치는 중이다. 수출 금액도 가장 높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인삼류 수출액이 가장 높은 중동 3개국은 1위 UAE, 2위 이란, 3위 사우디아라비아다.

한국인삼공사 역시 인삼류 반응이 가장 좋은 중동 국가로 UAE를 꼽았다. 한국인삼공사 관계자는 “UAE는 중동의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중심 국가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중동의 K-푸드 주요 수출국인 만큼 홍삼에 대한 관심도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삼공사는 지난 2020년 말 UAE에서 홍삼 농축액과 홍삼 음료의 등록 허가를 받고 2022년부터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섰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물에 타 먹을 수 있는 농축 형태의 정관장 ‘홍삼정’이다. 액상형인 ‘홍삼원’과 ‘홍삼 캡슐’ 등도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지난해부터 홍삼정, 홍삼 캔디와 같은 제품들이 타미미, 까르푸 등의 주요 유통업체에 입점됐다. aT 두바이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인삼류 수출량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현지에서 한국 홍삼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한국인삼공사 관계자는 “중동의 높아진 건강 인식과 K-푸드에 대한 호감이 홍삼 품목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활력 증진뿐만 아니라 면역력이나 혈액순환 개선 등 홍삼의 다른 기능들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