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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들기 전 딱 1분만…‘나는 꿈을 꾸고 기억해서 말할 것이다’ [북적book적]
마르크 샤갈의 작품 ‘꿈(The Dream)’. [필립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예측과 관련해서, 꿈은 종종 의식보다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칼 구스타브 융의 말처럼 오직 인간만이 꿈에서 겪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달리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의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을 다음 진화의 단계로 넘어가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계시와도 같은 ‘예지몽(현실에서 일어나게 될 일을 꿈으로 꾸는 것)’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폭발적으로 상승시킨다. 꿈이라는 무한한 공간에서 의식을 깨워 사고의 저변을 확장시키는 ‘자각몽(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상태에서 꿈을 꾸는 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벗어나게 하기도 한다. 이렇듯 비과학적인 듯 보이는 무의식의 세계가 알고 보면 훈련으로 당도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게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싯다르타 히베이루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신간 ‘꿈의 인문학’을 통해 19년 간 과학 뿐만 아니라 역사와 예술을 넘나들며 꿈과 수면이 인간 인지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집대성했다. 특히 뉴런과 시냅스의 기억에 대한 선택적 연결이라는 ‘신경 다윈주의’와 주체적 선택으로 의식을 강화하는 ‘이차 의식’인 주류 이론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인간이 직접 꿈을 자각해 내면 의식을 깊이 탐구하면 경계를 뛰어넘는 창조적인 학습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파민의 양이 적을수록 꿈을 적게 꾸고, 도파민의 양이 늘어나면 꿈꾸는 시간도 길어진다. 연구 결과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 있는 아이들은 슬프고 무서운 내용의 악몽을 밤마다 거의 똑같이 반복해서 꾸는 경우가 많다. 반면 보살핌을 받으며 스트레스 장애 없이 자라서 불안 수준이 낮은 아이들은 자기 욕구를 추구하고 수시로 충족하는 긍정적인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꿈은 단지 무작위의 이미지가 아니라 도파민으로 활성화되는 보상 체계에 의해 생성되는 이미지”라며 “꿈은 뇌가 인체를 위험 상황에서 보호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생존과 관련된 정보일수록 다양한 형태로 시냅스의 연결을 강화해 기억에 남기 때문에 예언적인 꿈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꿈은 대뇌피질에 있는 신경들의 무작위 활성화에 비롯되므로 무의미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는 영국의 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저자에 따르면 꿈의 잠재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꿈을 빼놓고 예술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살바도르 달리는 꿈에서 꾼 화면을 수집하기 위해 무거운 금속을 손에 쥐고 졸다가 물건이 떨어지면서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면, 잠에서 깨어나 그 순간의 영감을 포착해 그림을 그렸다.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연주자인 주세페 타르티니는 꿈에서 직접 영향을 받아 ‘악마의 트릴’이라는 G단조 소나타를 작곡했다.

저자는 “인류가 다양한 어휘와 복잡한 화법, 암기하고 상기해서 말하는 능력을 얻으면서 꿈의 서사는 훨씬 더 복잡해졌고 흥미로워졌다”며 “꿈은 밤마다 새로운 이미지와 아이디어, 갈망, 두려움의 원천이 돼 인간을 서술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꿈이 이러한 로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잠에서 깬 후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자신만의 보물 상자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 저자는 말한다. “‘나는 꿈을 꾸고 그것을 기억해서 말할 것이다.’ 잠들기 전 딱 1분만 가벼운 암시를 하라. 그리고 잠에서 깨면 일단 종이와 연필을 손에 들고 꿈을 기억해내라.”

꿈의 인문학/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조은아 옮김/흐름출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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