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한 일이지만 충격이 작지 않다. 지난해 4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 0.65명은 세계 유례가 없는 수치다. 연간으로는 0.7명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태어난 아기 수는 23만명으로 8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올해는 더 줄어 처음으로 연간 0.6명대라는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구경하는 실험장이 된 한국의 모습이다.
속도가 가파르다. 2017년 4분기에 처음으로 1명을 밑돈 분기별 출산율이 6년 만에 0.6명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0.6명대 합계 출산율이 올해에도,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영향은 전방위적이다. 사회전체가 쪼그라들어 십수년 후엔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10명으로 줄고 고용, 재정, 교육, 국방 등 전 부문에 심각한 타격이 오게 된다. 2050년대엔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흔한 일이 되는 암울한 사회가 된다.
이렇게 된 건 한마디로 아이 낳고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인데, 해법이 쉽지 않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문화사회적 특수성도 있어 무턱대고 다른 나라의 성공사례를 따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여성의 고용 현실에 아이 양육비는 세계 1위다. 주거, 일자리, 경직된 가족제도, 남녀 갈등까지 꼬여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 2006년부터 380조원을 쏟아붓고도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단단한 매듭을 풀 재간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순 없다. 종합적이고 세밀한 로드맵을 짜고 점검하고 뒷받침하는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지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는 어림도 없다. 집행권·예산권없이 각 부처의 정책을 취합하는 수준이다. 예산은 예산대로 더 들고 실효성도 떨어진다. 인적 구성도 각 부처에서 파견돼 잠깐 근무하다 가는 곳이어서 전문성이나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해체가 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대로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있는 제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절반 가량은 육아휴직을 제대로 못간다고 한다. 직장인들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부부 모두 육아 휴직 의무화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육아 휴직 급여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육아 휴직 관련 내용이 많다. 실제 현실에선 마음 편하게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육아 휴직 혜택을 못 받는 90만명에 달하는 2030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 지원도 필요하다. 정치권도 머리를 맞대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인구소멸 국가 1호’의 현실을 모두 무겁게 받아들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