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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준연동형 회귀 그 이유와 영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준연동형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당원 투표를 하느니 마느니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은 준연동형으로 회귀하는 순간이었다. 이론적으로는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준연동형으로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만일 이 대표가 병립형으로 가자고 하면 그대로 될 수도 있었다. 압도적인 입법 권력을 손에 쥔 민주당의 당 대표가 특정 방향으로 가겠다고 결론을 내리면 그대로 결정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본래 병립형 비례제를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던 이 대표가 준연동형제로 방향을 틀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이유는, 이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4일 문 전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힘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조금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도 다 한데 모아서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대선에서도 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해당 언급은 병립형으로 가지 말라는 우회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 같았다면 문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이 대표가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공천 시즌이다. 더구나 공천을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과 친문(친문재인)의 갈등이 첨예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의 입장을 묵살했다가는 친문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고, 이런 반발은 공천 불만과 맞물려 탈당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당 밖에 이미 미래대연합과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가 존재하기 때문에, 탈당을 주저할 이유도 별로 없다. 이런 탈당 대열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합류할 수도 있다. 결국 탈당 사태를 최대한 막기 위해 이 대표는 준연동형제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다음번 대선을 생각하고 있는 이 대표의 입장에서는 당 외부의 ‘진보 좌파’ 세력과의 연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4일 이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제를 언급하면서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여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겠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위성정당 창당을 통해 민주당 외부의 좌파 세력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이유로, 약속을 파기한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듣느니 차라리 준연동형 비례제로 가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병립형에서 준연동형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준연동형 비례제로 선거를 치를 경우, 제반 정치세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일단 21대 총선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양당에게는 그다지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양당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준연동형 비례제가 이른바 제3지대 정당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본래 연동형 비례제로 갈 경우 제3지대 군소 정당들은 병립형으로 갈 때보다 의석 확보 가능성이 높아진다. 준연동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양당의 위성정당 때문에 이론만큼 큰 이익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빅텐트’를 만들 가능성은 어떻게 될까? 이론적으로 보자면, 준연동형으로 갈 경우 병립형보다는 의석 획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빅텐트에 대한 절박감이 축소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비례 의석 확보만을 기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3지대 정당들은 빅텐트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도 있다. 빅텐트를 만들어 지금보다 몸집을 키우면 선거에서 필요한 바람을 일으키기가 용이해져 지역구 의석 확보도 기대할 수 있고, 또 자신들도 위성정당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민주당에게 돌아갈 표를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나 미래대연합은 민주당에서 나온 정당들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대안으로 유권자들에게 인식될 수도 있고,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역시 윤석열 정권에 반기를 든다는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들이 빅텐트로 합쳐지면 민주당으로 갈 표를 잠식할 수 있는 것이다.

선거제도 자체는 유권자들의 선택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힘들다. 하지만 선거제도에 따른 정치판의 변화는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이 대표의 결정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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