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테러 사건이 일어난지 3주만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강남 한복판에서 돌을 든 괴한에 피습당한 것은 충격적이다. 현장에서 잡힌 용의자가 중학생 미성년자라고 하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다. 현재 밝혀진대로라면 범행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잔인하다. 용의자는 배 의원이 맞는지부터 확인한 후 10여초간 15차례나 손에 쥔 돌로 머리를 가격했다. 돌발 행동이 아니고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뜻이다. 범행 동기 등 자세한 내용은 더 확인해야겠지만,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개인 일탈로 치부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닌 병폐까지 들여다봐야 할 일이다. 배 의원은 생명엔 지장이 없고, 두피가 찢어져 봉합 처치를 받은 후 입원해 안정을 취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마나 다행이다.
이 대표에 이어 배 의원까지 한달새 두차례의 ‘정치인 테러’는 극단적인 증오정치가 낳은 산물이라는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만약 배 의원을 습격한 미성년자의 범행 동기가 ‘정치적 성향’이 바탕이 됐다면 그 사안의 심각성은 더하다. 극단적인 정쟁과 그 부산물인 혐오정치가 기성세대는 물론 어린 학생에까지 번졌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배 의원 습격 소식을 접한 여야가 “극한 정치, 증오 정치가 가득한 혼란한 시대에 또다시 발생한 폭력과 정치 테러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일치된 목소리를 내면서도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 까닭일 것이다.
외신도 이 사건을 신속히 다루며 그 배경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에서 정치인에 대한 공격은 드문 일인데, 이달에만 연속으로 (정치테러가)일어났다”며 200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피습당한 일과 2022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둔기 피습’ 사건을 소환했다. AP통신은 “야당 대표가 괴한에 목을 찔린 지 몇주 만에 발생한 이번 피습은 한국의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에 대한 우려를 더욱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외신 역시 한국에서의 잇단 정치인 테러의 배경 뿌리를 ‘극단 정치’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최근의 테러는 과연 우리나라가 민주주의가 맞나 하는 의심마저 불러온다. 다양한 목소리 분출과 타협·갈등 조정을 무시하고 폭력으로 분노를 표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극단 정치에 매몰돼온 정치권이 그 폭력을 부른 것은 아닌지 냉철한 분석과 자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더 뜨거워질 정치판에 제3·4의 테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은 더 큰 걱정이다. 정치현장 경호 강화와 함께 전사회적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할 테러 근절책에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