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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동거커플 인정 뒤 출산율 오른 佛, 우리도 못할 것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문제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그동안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출산에 대한 인센티브가 확실한 저출산 대책이 되기 위해선 보편적 지원 뿐 아니라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꼭 필요한 것을 찾아내 확실하게 지원해야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20년 동안 수백조원을 쓰고도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한 현실에서 과학적 근거 기반의 출산정책을 펴겠다는 뜻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고용·집값 등 경제적 이유, 육아·교육, 경쟁 심화, 가치관의 변화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각각에는 더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어 풀기가 쉽지 않다.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고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부문도 있지만 제도적으로 출산율을 견인할 수 있는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1999년 결혼을 하지 않고 함께 사는 동거 커플을 새로운 가족형태로 받아들이는 제도 도입으로 혼외 출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법원에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기 위한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하면, 법률혼 관계의 부부와 동일한 세제 및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이들이 낳은 아이도 마찬가지다. 그 덕에 비혼 가족 증가는 물론 혼외 출산 비중이 크게 늘어 1990년 1.76명이던 출산율을 2009년 2.0명으로 끌어올렸다. 2021년 현재도 1.82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체코·멕시코 등에 이어 5위다. 반면 우리는 비혼 출산율이 2.6% 정도로 프랑스의 23분의 1이다. OECD 34국의 평균 43%와도 큰 차이가 난다. 한국 청년(19~34세) 10명 중 6명이 결혼에 부정적인 현실에서 동거를 가족으로 인정하는 제도 도입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저출산위원회가 이런 ‘등록 동거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우리도 고려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국의 유례없는 저출산은 이미 세계적 관심사다. “중세 유럽의 흑사병 능가”, “한국은 망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무덤덤한 상황이다. 올해 합계출산이 0.7명대로 내년에는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대로 가면 50년 뒤엔 인구가 3622만명까지 줄어들고 평균 연령이 63.4세로 노인국가가 된다.

저출산 원인은 나올 만큼 나왔다. 문제는 얼마나 청년들이 혹할 실효성 있는 대책들을 내놓느냐다. 과거의 정책들을 살짝 손만 보는 식으로는 안된다. 국가의 존폐가 걸린 절박감을 갖고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세대에 짐 지우는 교육, 연금, 노동 개혁 추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인구소멸의 길에서 탈출할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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