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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행과 뉴골드러시 [배리 아이켄그린 - HIC]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통화당국은 전 세계 금광업계에서 생산한 정금(精金) 8온스 중 1온스 전체를 매입했다. 금은 전체 중앙은행 대외준비자산(외환보유액)의 10%를 차지하며 그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금 수탁·거래업체 불리온 볼트(Bullion Vault)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역사상 채굴된 모든 금의 15%에 해당하는 금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금은 한국의 대외준비자산 중 겨우 1%를 차지한다. 한국은행은 2014년 이래로 전혀 금을 매입하지 않았다. 2023년 중반 금 보유량에 대한 한 보고서는 한국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릴지 결정하는 데 있어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상 “신중한 접근”이라는 것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에 이에 대한 논리를 설명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큰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보다 이자수익이 나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과 금 보유량을 늘리는 수많은 다른 중앙은행들 중 누가 옳은 걸까?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어느 중앙은행이 매입을 했고 또 어느 중앙은행이 매도를 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사실상,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매입의 선봉에 서 있는 반면,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매도를 하고 있다. 다수의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과거로부터 많은 양의 금을 물려 받았다. 과거에는 요구 시 고정 가격으로 화폐를 금으로 바꿔줘야 했기 때문에 태환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금 보유량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했다. 1971-73년 브렌튼우즈 체제가 붕괴하면서 금 태환제도가 폐지됐고, 중앙은행들은 차츰 금 보유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작업은 금 가격의 불안정으로 잔여 보유량의 가치가 감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천천히 이뤄졌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대외준비자산 가운데 금의 비율을 점차 줄여나가는 과정은 21세기에도 계속됐다. 실제로 21세기 이후 상위 10대 금 매도 기관은 9개 선진국의 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었다.

한편, 상위 매입자들은 모두 신흥시장이다. 신흥시장 국가들은 브렌튼우즈 시절, 많은 금을 물려받지 못했다. 사실 정반대였다. 이들은 준비자산 자체도 적고 그 안에서 금의 비중도 적었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자가보험의 목적으로 준비자산을 쌓고 동시에 금을 매입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관례적으로 중앙은행이라면 적어도 약간의 금은 보유하고 있다. 다각화된 개인투자자라면 누구나 실물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고 싶어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관리자들도 실물자산에 약간이라도 투자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금은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관리자가 매입 · 보유하기에 꽤 괜찮은 실물자산이다.

물론 한국도 브렌튼우즈 시절로부터 많은 금을 물려받지 못했다. 또 한국은 꽤 최근까지만 해도 보통 신흥시장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들이 집단적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들은 준비자산의 7%를 금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단 1%만 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관리자들이 실물자산에 보다 회의적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이 총재가 국회에 설명했듯이 금값은 변동성이 크다. 더욱이 최근 금값의 상승세 이후에도 금값이 쭉 오르리란 보장도 없다.

실제로 최근 미국, 유럽 심지어 일본의 금리 인상을 보면 금 보유에 중점을 두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은 미국 국채 금리가 거의 0에 가까웠을 때는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증권들이 5%의 수익률을 제공하기 때문에 준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이 떨어졌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21세기 이후 단일 최대 금 매입자는 러시아 은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 은행은 전체 중앙은행 금 매입의 28%를 차지한다. 그 다음은 전체 중앙은행 매입분의 23%를 차지하는 중국인민은행이다. 러시아의 이러한 독특한 입장 뒤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으로 다수의 러시아 개인과 기관이 금융 제재를 받았다. 또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과 기타 서방 정부는 러시아 은행 외환 보유고 중 달러와 기타 서방 통화를 동결시켰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제 러시아의 외화 자산을 압류해 우크라이나 경제 재건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러시아는 2014년부터 외환자산을 금으로 대체하고 금을 본국으로 송환해 런던과 뉴욕이 아니라 압류 위험에서 안전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금을 보관해왔다. 그러나 금괴는 무겁고 액면가가 높으며 보험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또 런던이나 뉴욕에 보관된 금과는 달리 러시아에 보관되어 있는 금은 통화스왑이나 대출 담보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러시아와 같은 입장에 있는 국가의 경우, 준비자산의 안전과 보안이 그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아직 중국은 이런 입장에 처해있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이 러시아의 서방제재 우회를 도와줬다고 중국을 비난하거나 대만을 두고 중대한 갈등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와 비슷한 입장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중국은 오랫동안 은본위제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금보다는 은과 친하다. 그러나 제재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중국인민은행이 지금처럼 금 보유액을 늘리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과 서방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 앞에서 몸을 사리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갈등이 더 심각해질 경우, 한국이 의심의 여지 없이 안보우산을 제공해주는 미국과 운명을 같이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의 제재는 한국은행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니다.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관리자들이 관심있어 보이는 또 한 가지는 경제적 ·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다. 불확설성이 급증하면 외환보유액 관리자들은 금 매입을 크게 늘린다. 이 두 가지 불확실성이 모두 증가하면, 금융 변동성이 증가하고 증권 가격 예측은 어려워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금과 같은 유형자산이 더 안심이 되고 믿을 만해 보인다.

경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급증할 때 자주 발생하는 또 하나의 현상은 달러 강세다. 미국의 경제력 및 군사력과 미국 금융시장의 이례적인 깊이와 유동성으로 인해 달러는 불확실한 시대에 안전한 피난처가 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달러는 미국의 우방과 동맹국들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된다. 만약 불확실성이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관리자들의 우선 관심사라면, 한국은행이 준비자산의 대부분을 금이 아닌 전통적인 달러화의 형태로 계속 보유하는 것 또한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인다.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통화당국은 전 세계 금광업계에서 생산한 정금(精金) 8온스 중 1온스 전체를 매입했다. 금은 전체 중앙은행 대외준비자산(외환보유액)의 10%를 차지하며 그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금 수탁·거래업체 불리온 볼트(Bullion Vault)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역사상 채굴된 모든 금의 15%에 해당하는 금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금은 한국의 대외준비자산 중 겨우 1%를 차지한다. 한국은행은 2014년 이래로 전혀 금을 매입하지 않았다. 2023년 중반 금 보유량에 대한 한 보고서는 한국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릴지 결정하는 데 있어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상 “신중한 접근”이라는 것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에 이에 대한 논리를 설명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큰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보다 이자수익이 나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과 금 보유량을 늘리는 수많은 다른 중앙은행들 중 누가 옳은 걸까?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어느 중앙은행이 매입을 했고 또 어느 중앙은행이 매도를 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사실상,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매입의 선봉에 서 있는 반면,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매도를 하고 있다. 다수의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과거로부터 많은 양의 금을 물려 받았다. 과거에는 요구 시 고정 가격으로 화폐를 금으로 바꿔줘야 했기 때문에 태환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금 보유량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했다. 1971-73년 브렌튼우즈 체제가 붕괴하면서 금 태환제도가 폐지됐고, 중앙은행들은 차츰 금 보유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작업은 금 가격의 불안정으로 잔여 보유량의 가치가 감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천천히 이뤄졌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대외준비자산 가운데 금의 비율을 점차 줄여나가는 과정은 21세기에도 계속됐다. 실제로 21세기 이후 상위 10대 금 매도 기관은 9개 선진국의 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었다.

한편, 상위 매입자들은 모두 신흥시장이다. 신흥시장 국가들은 브렌튼우즈 시절, 많은 금을 물려받지 못했다. 사실 정반대였다. 이들은 준비자산 자체도 적고 그 안에서 금의 비중도 적었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자가보험의 목적으로 준비자산을 쌓고 동시에 금을 매입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관례적으로 중앙은행이라면 적어도 약간의 금은 보유하고 있다. 다각화된 개인투자자라면 누구나 실물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고 싶어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관리자들도 실물자산에 약간이라도 투자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금은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관리자가 매입 · 보유하기에 꽤 괜찮은 실물자산이다.

물론 한국도 브렌튼우즈 시절로부터 많은 금을 물려받지 못했다. 또 한국은 꽤 최근까지만 해도 보통 신흥시장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들이 집단적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들은 준비자산의 7%를 금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단 1%만 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관리자들이 실물자산에 보다 회의적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이 총재가 국회에 설명했듯이 금값은 변동성이 크다. 더욱이 최근 금값의 상승세 이후에도 금값이 쭉 오르리란 보장도 없다.

실제로 최근 미국, 유럽 심지어 일본의 금리 인상을 보면 금 보유에 중점을 두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은 미국 국채 금리가 거의 0에 가까웠을 때는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증권들이 5%의 수익률을 제공하기 때문에 준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이 떨어졌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21세기 이후 단일 최대 금 매입자는 러시아 은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 은행은 전체 중앙은행 금 매입의 28%를 차지한다. 그 다음은 전체 중앙은행 매입분의 23%를 차지하는 중국인민은행이다. 러시아의 이러한 독특한 입장 뒤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으로 다수의 러시아 개인과 기관이 금융 제재를 받았다. 또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과 기타 서방 정부는 러시아 은행 외환 보유고 중 달러와 기타 서방 통화를 동결시켰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제 러시아의 외화 자산을 압류해 우크라이나 경제 재건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러시아는 2014년부터 외환자산을 금으로 대체하고 금을 본국으로 송환해 런던과 뉴욕이 아니라 압류 위험에서 안전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금을 보관해왔다. 그러나 금괴는 무겁고 액면가가 높으며 보험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또 런던이나 뉴욕에 보관된 금과는 달리 러시아에 보관되어 있는 금은 통화스왑이나 대출 담보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러시아와 같은 입장에 있는 국가의 경우, 준비자산의 안전과 보안이 그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아직 중국은 이런 입장에 처해있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이 러시아의 서방제재 우회를 도와줬다고 중국을 비난하거나 대만을 두고 중대한 갈등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와 비슷한 입장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중국은 오랫동안 은본위제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금보다는 은과 친하다. 그러나 제재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중국인민은행이 지금처럼 금 보유액을 늘리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과 서방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 앞에서 몸을 사리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갈등이 더 심각해질 경우, 한국이 의심의 여지 없이 안보우산을 제공해주는 미국과 운명을 같이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의 제재는 한국은행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니다.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관리자들이 관심있어 보이는 또 한 가지는 경제적 ·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다. 불확설성이 급증하면 외환보유액 관리자들은 금 매입을 크게 늘린다. 이 두 가지 불확실성이 모두 증가하면, 금융 변동성이 증가하고 증권 가격 예측은 어려워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금과 같은 유형자산이 더 안심이 되고 믿을 만해 보인다.

경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급증할 때 자주 발생하는 또 하나의 현상은 달러 강세다. 미국의 경제력 및 군사력과 미국 금융시장의 이례적인 깊이와 유동성으로 인해 달러는 불확실한 시대에 안전한 피난처가 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달러는 미국의 우방과 동맹국들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된다. 만약 불확실성이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관리자들의 우선 관심사라면, 한국은행이 준비자산의 대부분을 금이 아닌 전통적인 달러화의 형태로 계속 보유하는 것 또한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인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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