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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실거주의무 폐지 무산 위기...전세시장 불안 불씨 될라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6일 정기국회 마지막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도 해당 안건이 빠지면서다.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자동 폐기되는데 정기국회는 9일 종료돼 추가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갭투자(전세끼고 매수)’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는 야당이 극적으로 마음을 돌려 임시국회에서 논의하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을 뿐이다. 이에따라 정부 말을 철석같이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전국 4만4000여 가구가 대혼란에 빠지게 됐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기본적으로는 법안 통과를 막고 있는 야당에 있다. 하지만 혼란을 자초한 국토교통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올 초 법 개정 사안인 실거주 의무 폐지가 마치 곧 시행될 것처럼 발표했다.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섣부른 발표로 국민 혼선을 가중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실거주 의무 폐지는 필요하다. 야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다. 현재 전세시장 흐름이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주까지 19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28주째 오름세다. 이런 가운데 내년 서울의 입주 물량은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인 1만여 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세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통상 분양주택 입주 시기에는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므로 주변 지역 전세가가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으면 올림픽파크 포레온(옛 둔촌주공·4786가구), 장위자이 레디언트(1330가구) 등 4만여 가구 분양 물량은 전세로 못 나온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막겠다는 건 전세가 상승을 손 놓고 지켜보겠다는 ‘미필적 고의’와 다름없다.

야당의 해당 법안 반대 근거인 투기 우려도 설득력이 약하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 청약은 대부분은 무주택자에게 배정된다. 무주택자들은 대부분 새집을 전세 놓고 그 보증금으로 분양 대금을 치른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에 실거주를 강제하는 건 현금 부자들에게만 청약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대안은 실거주 의무 기간(2~5년)을 굳이 입주시점부터가 아닌 보유하고 있는 동안 거주하는 기간으로 인정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전매를 한 수분양자들이 전세로 해당 집에 들어가 거주하면 실거주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도 검토해봄직하다.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접점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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