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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의대 수요 지금보다 2배...옥석 가리되 과감히 추진해야

전국 의과대학 40곳이 2025학년도에 희망한 신입생 증원 규모가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나왔다. 2030년까지는 최대 3953명을 요청했는데 이대로라면 현재 3058명인 의대 입학정원은 6년 뒤 7011명으로,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1000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일선 개업의들은 “의대 신입생을 갑자기 늘리면 가르칠 수가 없다”며 증원에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의대는 “지금보다 대폭 늘려 뽑아도 가르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입시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 1월까지는 정원 규모를 확정해야 하는 만큼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각 의대가 내놓은 증원 규모는 교육의 질을 해치지 않는 것이 전제다. 현재 역량만으로 가능한 최소치와 추가 여건이 조성되면 더 늘릴 수 있는 최대치를 내놓았는데 의대 40곳이 내년 입시부터 현재 입학정원의 최대 93.1%를 늘릴 수 있다고 한 것이다. 2030학년도까지는 현재의 최대 129.3%를 더 뽑을 수 있다고 한다. 의사협회는 이 수치가 과학적 근거가 없고 부풀려졌다며, 정부가 일방으로 정원을 늘리면 총파업도 불사할 태세다. 의협은 의사 수가 여전히 충분하고 증원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의료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지역 의료는 이미 붕괴된 지 오래다. 몸이 아프면 일도 쉬고 터미널과 기차역으로 달려가 수도권 원정 진료에 나서야 하는 게 현실이다. 수술을 받기 위한 병원 인근 ‘환자촌’이 생겼을 정도다. 소아과 오픈런이 일상이고 ‘응급실 뺑뺑이’로 가슴 졸이는 후진적인 의료 현실을 손봐야 한다는 데에 공감이 크다. 국민 10명 중 8명은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 지역·공공·필수의료 육성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의 조사결과도 나왔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게 의료 붕괴를 막는 시작이라는 뜻이다.

현재 의대 입학정원은 18년째 그대로다. 고령화와 유행병의 시대에 의료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인구 1000명당 한국의 의사 수는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적다. OECD 평균 3.7명에 한참 못 미친다. 독일은 4.5명인데도 코로나를 겪은 뒤 의사 수가 너무 부족하다며, 연차적으로 의대 정원을 최소 두 배 이상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의사 배출에 10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도 늦다. 충분한 증원을 통해 가속화하는 고령화에 따른 미래 수요에 대처해야 한다. 언발에 오줌 누기 식이 돼선 안 된다. 다만 교수와 시설 확보 등 현장 역량을 꼼꼼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급해도 생명을 다루는 의료교육의 질이 떨어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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