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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디지털 정부’ 무색케한 행정망 먹통, 근본대책 세워야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인 행정전산망이 먹통이 되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국민들은 급한 민원 서류를 발급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지만 정작 정부는 안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일단 시스템을 정상화시켰다지만 구체적인 장애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 답답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더구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해외에서 전자정부 성과를 홍보하는 와중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IT강국’이란 말이 민망하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정부 인증시스템상의 네트워크 장비 오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보안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한 뒤 인증 오류가 발생하면서 벌어졌다는 것인데, 장비 하나의 오작동으로 전국 지자체 행정망이 ‘올스톱’된 것이다. 고장의 구체적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단 장비 교체로 정상화됐더라도 언제 또 같은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기관리시스템인 백업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지난해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 네이버는 백업시스템을 통해 4시간 만에 복구했지만 카카오는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일주일이 걸렸다. 행정망도 오류시 기능할 이중화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거나 정상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전산망 먹통 사태는 한 두 번이 아니다. 2020년 온라인 수업 시스템, 2021년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 마비에 이어 올해 만도 3월 법원 전산망, 6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장애가 잇따라 발생했다. 그때마다 땜질식 처방에 그치다보니 일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행정서비스 통합플랫폼을 구축하는 와중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불안이 더 크다. 현재 정부24 서비스는 단순 링크만 제공하고 개별 사이트에서 다시 로그인해야 하는데,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1500종에 이르는 서비스를 2026년에는 모두 통합플랫폼에서 제공할 방침이다. 모든 정보 자원과 데이터를 하나로 합친다는 것인데, 한 곳이 삐끗해 전체가 마비되는 유사 사태가 벌어지면 피해는 막대할 수 밖에 없다.

행정서비스는 국가업무의 기본 중 기본이다. 국민의 모든 정보가 한 데 모일 수록 안정적 운영과 보안의 중요성은 커진다. 철저한 재발방지책이 시급한 이유다. 조속한 시스템 장애 원인 파악은 물론 정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중소기업 우대의 국가전산망 사업에 허점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디지털 재난’ 대응 매뉴얼 마련도 서두르기 바란다. 컨트롤타워도 없어 우왕좌왕하다 8시간이 지나서야 지자체에 안내문자가 발송됐다. 뒷북 행정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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