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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디플레에 美금리 폭주…이대로면 다시 글로벌 경제위기 [홍길용의 화식열전]
연준QT·정부재정부족…美국채 공급↑
달러화 필요해진 중·일…美국채 수요↓
금리 상승은 가격하락, 손절·투매유발
중 디플레 전세계 수요위축 유발할 수
한 수출 부진에 가계부채도 다시 상승
경기 부진에 환율·물가·금리위험 커져
워렌 버핏 금리 높은 단기국채로 피난

최근 워렌 버핏은 주식을 대거 팔고 연 5%이자를 주는 단기 국채를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물가상승률이 3%대로 떨어졌다고 하니 2%포인트 남는 장사다. 채권은 만기보유시 원리금이 보장된다. 단기채권은 시장가격 하락 영향을 더 받는다. 버핏은 왜 이런 투자결정을 내렸을까? 그는 현명한 투자자이기도 하지만 오랜시간 수많은 경제 굴곡을 겪은 노련한 관찰자이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는 물론 고금리 상황에서 경제가 어떤 압력을 받는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바탐 업(bottom-up) 접근이 필요한 실적 시즌이 끝나면서 이제는 거시경제 주제로 투자판단을 내릴 톱다운(Top-down) 어프로치에 무게를 둘 때다. 마침 중국 경제지표와 미국 금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악의 경우 경제위기까지 번질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단순히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을 멈추거나 기준금리 인하시기를 늦출 것 같다는 소식 만으로 해석이 부족하다. 진짜 원인과 이유를 살필 필요가 있다. 연준의 결정은 여러 현상에 대한 판단이고 결과물이지 원인이나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요(매수) 보다 공급(매도)가 많을 때 가격은 하락한다. 채권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이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동시에 보유한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아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긴축(QT)를 단행했다. 공급을 늘리는 요인이다. 8조원에 달했던 미국 국채 보유량이 7조 달러 가량으로 줄었다. 1조 달러 가량을 더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재무부는 7월 31일(현지시간)과 8월 2일 3분기 자금조달(refunding) 계획을 발표했다. 올 회계연도3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입은 17.1%인데 지출은 24.1%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 국채를 발행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역시 공급 확대 요인이다.

중국은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을 겪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에너지와 식량 수입국이다.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있고 파나마 운하의 가뭄으로 글로벌 물류가 다시 교란되고 있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생필품 값이 급등하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초래할 수 있다. 위안화는 지난 5월부터 환율 방어선인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돌파)’가 무너졌고 이달 들어서는 더 약해졌다. 16일 역내 시장에서 7.29위안 선까지 추락하며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18일(7.3015위안) 이후 약 16년 만의 최고치다. 미중 갈등과 유럽과 신흥국의 경제침체로 중국의 수출은 급감하고 있다. 비구이위안(碧桂園)과 위안양(遠洋) 등 부동산 개발 업체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도 본격화되고 있다.

달러 벌이가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고 외국인 투자 이탈에 대응하려면 달러가 필요하다.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두번째로 많이 보유한 중국이다. 달러를 구하려면 미국 국채를 팔아야 한다. 수요 약화 요인이다.

일본 엔화가치도 9개월만에 달러당 145엔까지 추락하며 올들어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저물가에 시달리던 일본이지만 최근 물가 부담이 커졌다. 일본 중앙은행은 최근 0.5%이던 장기금리 상단을 1%까지 높였다. 엔화가치 방어가 필요하고 일본 국채의 상대적 매력까지 커졌다면 미국 국채를 팔거나, 덜 사게 된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다. 역시 수요 약화 요인이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위축되니 가격이 하락하는 당연하다. 그런데 가격 하락이 추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 고리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연준이 긴축을 멈추면 금리 상승세도 꺾일 줄 알고 미국 국채를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다급히 입장을 바꾸고 있다. 금리가 오르며 사들였던 국채 가격이 하락하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처분에 나서고 있다. 미국 은행들을 국채나 주택저당채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게다가 최근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은행들의 신용등급 하락 위험을 경고했다. 신용위험 상승은 조달금리 증가를 수반한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한 채권을 내다팔아야 할 필요가 커진다.

우리는 어떨까? 최근 한 달새 달러당 원화가치가 1260원에서 1330원대까지 폭등했다. 달러 강세에 따른 반작용과 역외 외환시장 부재에 따른 가수요가 더해진 탓이 크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반영한다. 중국 경제의 침체는 우리 수출의 부진을 시사한다. 최근 유가가 다시 오르는 가운데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물가 부담이 높아졌다.

최근 국내에서도 채권금리 상승세가 뚜렷하다. 정부는 총부채권리금상환(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대규모로 공급했는데 이는 주택금융공사가 시장에서 조달하는 자금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금리 상승 요인이자 가계부채 증가 요인이다. 우리 경제의 최대 약점 중 하나가 높은 가계 부채다. 특례보금자리론에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허용으로 금융시장에서 자산시장으로 다시 대규모 자금이 공급되면서 물가 상승압력은 더 높아졌다. 달러 벌이는 신통치 않은데 내부 물가만 오르니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통화량이 늘고 있지만 경기가 좋은 것도 아니다.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과 소비는 줄고 있다. 정부는 세수 부족에도 추경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한데 시장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에서 단기차입으로 세수 부족을 땜질하는 이유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경제의 키워드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긴축이 단행됐던 이유다. 긴축의 목표는 수요 억제다. 다행히 연착륙을 하면 물가하락(disinflation)이지만 자칫 경착륙이 되면 급격한 수요위축, 즉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연준은 긴축을, 정부는 대중국 압박을 단행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지나친 코로나19 방역과 통제로 스스로도 경제를 위축시켰다. 이는 중국 의존이 높은 유럽과 동남아 경제에 연쇄적으로 타격을 가했고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에 수요 위축을 초래했다.

미국 경제는 다른 나라와 다르다. 기축통화국이어서 돈을 마구 찍을 수 있다. 굳이 달러를 밖에서 벌어올 필요가 없다. 심지어 에너지와 식량 자급률도 높다. 덕분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누렸다. 중국 견제로 입은 타격도 가장 적다. 올 상반기 미국 증시가 급등한 것은 미국 경제를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다들 미국 증시와 금융시장만 바라보고 있을 때 다른 나라들의 경제는 수요 위축의 늪에 빠져들고 있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은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진 결과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금융위기 이상의 경제위기를 겪을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해결방안이 존재하는 지와 얼마나 효과적일 지다.

미국도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고금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은 고정금리가 많다지만 기업들은 정기적으로(회사채 만기에 맞춰) 그 때의 시장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금리가 높은 상황이 계속되면 비용부담이 커지고 이는 가계 소득과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연준이 긴축과 QT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금리를 낮춰서라도 경제를 되살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진짜 난제는 세계 경제와 가장 많은 연결고리를 가진 중국이다. 부동산 가격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통계까지 불투명해 시장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통계상 한자릿수인 집값 하락률은 실제로 두자릿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진단이 틀리면 처방도 소용없다. 시진핑 종신집권체제로 정치가 경직되면서 경제정책이 유연성도 급속도로 악화됐다. 미국의 압박 강도는 낮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 경제도 물가와 금리가 불안해졌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고 있지만 지방과 상업용 부동산의 부진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여전하다. 해외부동산 투자 부실이 금융권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수 있다. 정부는 계속 긴축재정을 지향하고 있어 자산가격 상승과 감세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중산층 서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글로벌 경제 상황에 비춰 워렌 버핏의 투자판단을 해석해보면 지금은 안전지대에 설 때다. 글로벌 디플레이션 가능성까지 배제하기 어려운 마당에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다. 연준이 기준금리 내리기를 섣불리 기대하지 말자. 그 상황은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임박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지금은 일단은 만기가 짧은 곳에서 최대한 원금을 지키면서 이자수익과 같은 현금흐름을 얻는 자산배분 전략을 펼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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