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적자 행진을 끊어낸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7월 무역수지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수입 감소로 16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2021년 11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월 무역적자는 지난 1월 125억4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월 53억3000만달러, 3월 47억3000만달러, 4월 27억3000만달러, 5월 21억2000만달러로 점차 줄어들다가 6월 11억3000억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단 1∼7월 누적 적자액은 24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적자액(478억달러)의 52%에 달한다.
2연속 무역흑자는 반가우나 내용을 뜯어보면 수출·수입이 동반 감소한 가운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 나타난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마냥 반색할 수만은 없다. 원유·가스 등 에너지 국제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수입액 감소에 편승한 반사이익이다.
문제도 아직도 지지부진한 수출이다. 7월 수출액은 503억3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반도체 업황의 회복 지연, 작년 7월 수출액이 역대 7월 기준 최고 실적(602억달러)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 등이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적자가 작년 10월 이후 10개월째 이어졌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의 수출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고,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부진의 늪에 빠진 데에 따른 것이다. 정부마저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흑자를 쌓던 시기는 지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마당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한국이 중국과 교역에서 많은 흑자를 보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중국 옥죄기로 더 심화할 것이다. 한국 반도체의 40% 이상을 중국에 수출하고 현실에서 중국 변수에 대처하지 못하면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과 반도체’라는 2대 의존도를 줄이면서 수출시장과 폼목을 다변화하는 체질 개선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중국과 반도체시장이 흔들릴 때 미국과 베트남, 자동차가 공백을 메워준 것에서 희망을 본다. 중동과 원전, 동유럽과 방위산업 등 새로운 유망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여력이 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무역영토를 확장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규제혁파로 기업이 뛸 수 있는 공간을 넓혀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