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가 13, 14일 이틀간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서 의료계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원마다 수백건의 수술이 취소됐고, 암환자들마저 치료를 못 받고 쫓겨나다시피 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 보건의료인력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해 벌어진 일이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조치했다지만 조합원 6만4000여명 중 4만50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환자 고통이 적지 않다. 고질적인 간호인력 부족을 해결해 달라는 노조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환자들을 외면하면서 ‘국민건강권’을 내세우는 건 공감을 얻기 어렵다.
보건의료노조의 전면 파업은 19년 만으로,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와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 제도화, 공공병원 지원 등이 핵심 요구사항이다.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들의 업무과중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간호사 1명당 평균 환자 수가 16.3명으로, 미국(5.3명)·일본(7.0명) 등 주요 선진국의 2~3배에 이른다. 숨돌릴 새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는 일이 일상이다 보니 아예 일을 그만두는 간호사들도 적지 않다. 현장인력은 자꾸 줄고 업무는 폭증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간호인력을 늘려야 하지만 고령화 사회구조로 수요가 더 늘어 충당이 쉽지 않다.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환자와 환자 가족도 반기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확대도 간호인력이 충원돼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도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 4월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를 5명으로 줄이기로 하고 간호대학 신입생 정원 확대, 병원의 충분한 간호인력 채용을 위한 건강보험 수가 인센티브 강화방안을 내놨다. 방향은 맞는데 로드맵에 구체적인 수치가 빠져 실행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노조는 13, 14일 이틀을 파업 일정으로 잡았지만 문제는 기간이 늘어날 때다. 병원과 노조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해 대화를 중단한 곳이 전체 145개 병원 가운데 130곳에 달한다. 장기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공백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화할 경우 국가 의료 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우선 파업으로 인한 필수의료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 마련과 함께 노조와도 적극 대화에 나서기 바란다.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인력 충원 등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 생명이 달린 수술실 문을 닫는 건 정부와 병원, 노조 모두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