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설명을 위해 지난 7일 서울을 찾은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반발에 곤욕을 치렀다. 공항 도착 직후 귀빈실 문 앞을 지킨 시위대에 막혀 다른 통로로 2시간 만에 몰래 빠져나와야 했고, 움직일 때마다 시위대가 쫓아다니며 “그로시, 고 홈” “100만유로 받았냐”는 항의를 받았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와 만난 자리에선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일본에서 음용수로 쓰라고 권고할 의사는 없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국제기구 수장에 대한 스토커 수준의 반대시위와 민주당의 비난·성토 일색은 보기 민망했다.
그로시 사무총장과 민주당 오염수대책위의 면담은 애초 민주당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국민 불안과 의혹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줄 기회였지만 민주당은 일방의 주장만 내세웠다. IAEA가 발표한 방류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따져 묻는 대신 “IAEA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검증을 안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사고원전에서 나온 핵 폐수이기에 사실상 핵폐기물”이라고 주장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해 단식농성 중인 우원식 의원은 “셀프 검증, 일본 맞춤형 조사”라며 “일본에 음용수로 마시라고 하라”고 몰아세웠다. 그로시 총장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임을 거듭 밝히고 “IAEA가 일본 정부에 방류계획이 잘 지켜지는지 완전히 검토하기 위해 수십년간 일본에 상주하면서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주변국 우려를 의식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조한 것이다.
국제적 검증의 명분을 얻은 일본으로선 오염수 방류 초읽기가 시작된 셈이다. 안전 검증이 사실상 지금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시다 총리가 나토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오염수 방류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려는 것도 그런 외교적 절차 중 하나다. 무엇보다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국민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깊은 우려를 전달해야 한다. 방류계획과 관련한 실시간 정보 공유나 모니터링기구 창설에 한국 전문가 참여도 요구해야 한다. IAEA와 우리 정부의 ‘국제 기준 부합’ 의견은 어디까지나 ALPS의 정상 작동과 오염처리수 방류 계획이 빠짐없이 준수된다는 걸 전제로 한 것이다.
일본의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 요구에 단호한 대처도 필요하다. 어민 보호와 국내산 수산물 소비위축을 막기 위해 수산물 수입 규제는 불가피하다. 일본도 투명한 정보공개와 실시간 모니터링 등에 주변국 전문가들을 참여시키는 게 국제적 신뢰를 얻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